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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 ‘詩有九不宜體(시유구불의체)’

이규보 ‘詩有九不宜體(시유구불의체)’


  시(詩)에는 아홉 가지의 마땅하지 못한 체(體)가 있으니, 이건 내가 깊이 생각해서 내 나름으로 체득한 것이다.  한 편의 시 속에 옛 사람의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재귀영거체(載鬼盈車體)요, 옛 사람의 뜻을 몰래 가져다 쓰는 것은, 도둑질을 잘 한다고 해도 오히려 도둑질하는 것이 옳지 않은데, 여기다 또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것은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요, 강운(强韻)으로 압운(押韻)을 하되 근거(根據)가 없으면, 이것은 만노불승체(挽弩不 勝體)요,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지나치게 압운을 하면, 이것은 음주과량체(散酒過量體)요, 험벽(險僻)한 글자를 쓰기 좋아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미혹(迷惑)되기 쉽게 하는 것은 설갱도맹체(設坑導盲體)요, 말이 순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걸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강인종기체(强人從己體)요, 일상 용어를 많이 쓰는 것은 촌부회담체(村夫會談體)요, 공자와 맹자와 같은 성인(聖人)의 이름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능범존귀체(凌犯尊貴 體)요, 글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낭유만전체(莨莠滿田體)이다. 이 마땅하지 못한 시체(詩體)를 면할 수 있게 된 다음에라야 함께 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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