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글쓰기 과제 - 06 김영한

   교육을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권력이나 경제력을 차등 부여해서 계층화 현상을 낳는 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벌은 다르다. 학벌은 또 다른 기득권 집단과 그들만의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사회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벌은 그들끼리의 연대감을 조성해 집단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를 움직인다. 물론 그 방향은 그들의 기득권 유지이다.우리나라의 학벌주의 풍토는 서울대를 가장 위에 두고 피라미드형 서열 구조를 이루고 있는 대학 서열화와 무관하지 않다. 학벌주의가 형성하고 있는 튼튼한 구조 속에서 개인이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모신문에서는 공무원 상위직일 수록 서울대 출신의 권력독점 현상이 강화된다는 어느 학자의 연구 결과를 싣고 있다. 이러한 학벌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대 개혁이 필수불가결하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은 국․공립대 통합, 서울대의 학부제 축소와 대학원 중심 운영 등이다. 또 각 지방대학을 특화시켜 지원해줌으로써 피라미드형 대학서열을 파괴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서울대 폐지론이 나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서울대 개혁론에는 찬성하지만 서울대 폐지론에는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대 폐지가 과연 학벌주의 풍토개선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우리 사회는 서울대외에도 기타 대학교들의 서열화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특히 서울대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연고대 출신자들도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못지 않은 명예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의식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서울대가 폐지되어도 명문사립대들이 제 2의 서울대, 제 3의 서울대가 나타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과거 30~40년 전보다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었다. 물론 공무원의 고위층이나 사회 지식인층에서는 서울대의 기득권이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이공계의 경우에서는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의 대학들이 서울대의 지위를 넘어선 상태이다. 사기업 입사에 있어서도 대학 표기란이 점차 삭제되고 있으며, 서울대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서울대생들의 적극성의 결여와 체험의 빈약을 문제로 꼽고, 다양한 방식의 인터뷰를 통해 채용한 결과 서울대생은 몇 년간 한번도 없었다며, 충격을 주었다.

  셋째, 서울대 폐지론은 21세기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이다. 미국에는 하버드대, 영국에는 옥스퍼드대, 일본에는 도쿄대, 중국에는 북경대, 하다못해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김일성대학까지 각 나라에는 자국을 대표하는 대학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목표는 한결같이 사회를 이끌어갈 엘리트 양성에 있다. 모 대기업 회장은 미래에 한 명의 인재가 국민 수만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예견하고 인재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 외국에서는 평준화를 한 물 간 것이라고 여기고, 개성의 추구와 엘리트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벌주의는 총체적 문제이기 때문에 단지 서울대를 폐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서울대와 밀접한 만큼 서울대를 개혁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리고 의식과 제도의 조화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의식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 의식 개혁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대 스스로가 머리 좋은 학생들을 상대로 출세 지향적 공부에 빠져들게 한 것은 아닌지, 서울대 출신자들은 과연 자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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