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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65% 직장생활 병행

박사과정 65% 직장생활 병행- 동아일보 : 09/06/09

교수님. 제가 급하게 회사 출장이 잡혀서요. 수업은 빠질 것 같습니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박사과정 지도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수업도 직장인 제자들에 맞춰 토일 등 주말에 몰아서 하거나 야간에 하기 일쑤다. 실제로 국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10명 중 7명 가까이가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직장인 박사 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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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학위 취득 비용 2549만 원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송창용 박사팀의 ‘2008년 미래의 직업세계 인프라 구축 박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박사학위 취득자의 64.5%가 ‘직장인 박사’였으며 학업에만 전념한 ‘전업 박사’는 35.5%에 그쳤다. 이는 연구팀이 2008년 국내대학 박사학위 취득자 6154명을 조사한 결과다. 박사 10명 중 7명은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 경우와 경영대학원, 언론대학원 등 직장인 위주의 특수대학원 학생은 제외했다.

또한 ‘직장인 박사’는 2000년대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8년에는 박사과정 진학 당시 이미 정규직에 취업한 ‘직장인 박사’는 전체의 15%였지만 이후 2003년에는 29.2%로 늘었다. 또 2007년에는 63.8%로 증가해 직장인 박사와 전업 박사(36.2%) 비율이 역전됐다.

직장인 박사가 증가하는 것은 공부에만 전념해서는 사실상 박사과정을 마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에 드는 1인당 개인 비용은 2549만 원, 박사학위 취득자의 평균연령은 40.4세, 취득기간은 평균 4.8년이 걸렸다. 이들 중 85% 이상은 자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학금으로 박사과정에 드는 비용을 조달하는 경우는 17.4%에 그쳤다. 반면 본인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54.3%나 됐으며 가족이 지원하는 경우도 15%나 됐다.

박사과정 학생들의 나이, 경제수준 등을 고려해보면 공부에만 전념할 경우 생계, 학비, 육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미 생활이 보장된 직장인이 박사과정을 밟는 구조가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외국대학의 경우 박사과정 학생에게 장학금, 연구지원비, 강의기회 등을 제공해 학비를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가 적다”고 밝혔다.

○학문 수준 하락 vs 평생교육

이에 따라 국내대학 박사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고 나아가 국가 학문의 기초가 약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업으로 박사를 마친 K 씨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만 해도 박사과정은 오로지 학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입학한 학생이 많았다. 직장 다니며 어떻게 박사공부를 제대로 하냐”고 밝혔다. 현재 박사과정 중인 김모 씨(32)는 “학교에 붙어있어야 세미나와 토론도 하는 등 수업 외적으로 공부하는 부분이 많은데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대학원 내 그런 분위기가 다 없어졌다”며 “수업 시간에 직장인 박사들이 원서로 공부하길 꺼리거나 과제를 준비 못하는 등 학생들 간에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박사의 개념이 과거와 달라지는 만큼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학문에 전념하기 위해 박사가 되기보다는 자기개발 차원에서 박사가 되는 사람이 느는 등 평생교육이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며 “전업 박사와 직장인 박사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은 기형적 구조에 가까우므로 대학원의 기능 분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
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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