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별곡(翰林別曲)
고려 고종 때에 한림(翰林)의 학자들이 지은 경기체가. 무신 집권하에서 문인들의 향락적·유흥적 생활 감정을 읊은 것으로, 시부(詩賦)·서적·명필·명주(名酒)·화훼·누각·추천(鞦韆) 따위를 소재로 하였다. 현전하는 경기체가 가운데 가장 먼저 창작된 작품으로, 가사는 《악학궤범》과 《악장가사》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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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元淳文(원슌문) 仁老詩(인노시) 公老四六(공노륙)
李正言(니졍언) 陳翰林(딘한림) 雙韻走筆(솽운주필)
沖基對策(튱긔) 光鈞經義(광균경의) 良經詩賦(량경시부)
위 試場(시댱)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琴學士(금)의 玉荀文生(옥슌뮨) 琴學士(금)의 玉筍文生(옥슌뮨)
위 날조차 몃 부니잇고.
참고- 위의 9명이 지은 것으로 생각되며, 이들은 지방에서 출세한 신흥 사대부들이다.
금학사: 學士의 벼슬을 지낸 금의(琴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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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주필
유충기의 대책문, 민광균의 경서풀이, 김양경의 시와 부
아, 과거시험장의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금의가 배출한 많은 제자들, 금의가 배출한 많은 제자들
아, 나까지 모두 몇 분입니까
<2장>
唐漢書(당한셔) 莊老子(장로) 韓柳文集(한류문집)
李杜集(니두집) 蘭臺集(난집) 白樂天集(락텬집)
毛詩尙書(모시샹셔) 周易春秋(주역츈츄) 周戴禮記(주례긔)
위 註(주)조쳐 내 외 景(경) 긔 엇더니잇고.
太平廣記(대평광긔) 四百餘券(여권) 太平廣記(대평광긔) 四百餘券(여권)
위 歷覽(력남)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당한서, 장자 노자, 한유 유종원의 문집
이백 두보의 시집, 난대집, 백거이의 문집
시경 서경, 주역 춘추, 주례 예기를
아, 주(註)마저 줄곧 외우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태평광기 400여 권, 태평광기 400여 권
아, 두루 읽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3장>
眞卿書(진경셔) 飛白書(비셔) 行書草書(셔초셔)
篆籒書(뎐류셔) 蝌蚪書(과두셔) 虞書南書(우셔남셔)
羊鬚筆(양슈필) 鼠鬚筆(셔슈필) 빗기드러
위 딕논 景(경) 긔 엇더니잇고.
吳生劉生(오류) 兩先生(량션)의 吳生劉生(오류) 兩先生(량션)의
위 走筆(주필)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안진경체, 비백서, 행서, 초서
전주체, 과두체, 우세, 남체를
양털붓, 쥐털붓을 비스듬히 들고
아, 내려찍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오생 유생 두 선생의, 오생 유생 두 선생의
아, 붓 놀리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4장>
黃金酒(황금쥬) 柏子酒(쥬) 松酒醴酒(숑쥬례쥬)
竹葉酒(듁엽쥬) 梨花酒(리화쥬) 五加皮酒(오류피쥬)
鸚鵡盞(앵무잔) 琥珀盃(호박)예 득 브어
위 勸上(권상)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劉伶陶潛(류령도) 兩仙翁(량션옹)의 劉伶陶潛(류령도) 兩仙翁(량션옹)의
위 醉() 景(경) 긔 엇더니잇고.
황금주, 백자주, 송주, 예주
죽엽주, 이화주, 오가피주를
앵무잔, 호박잔에 가득 부어
아, 올리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유영 도잠 두 선옹의, 유영 도잠 두 선옹의
아, 취한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5장>
紅牧丹(홍모단) 白牧丹(모단) 丁紅牧丹(뎡홍모단)
紅芍藥(홍작약) 白芍藥(백작약) 丁紅芍藥(뎡홍작약)
御柳玉梅(어류옥) 黃紫薔薇(황쟝미) 芷芝冬柏(지지동)
위 間發(간발)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合竹桃花(합듁도화) 고온 두 분 合竹桃花(합듁도화) 고온 두 분
위 相映(샹영)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분홍 모란, 흰 모란, 진분홍 모란
분홍 작약, 흰 작약, 진분홍 작약
석류 매화, 노란 장미, 자색 장미, 지지꽃, 동백꽃들이
아, 사이사이 핀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대나무 복사꽃처럼 어울리는 고운 두 분, 대나무 복사꽃처럼 어울리는 고운 두 분
아, 서로 바라보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6장>
阿陽琴(아양금) 文卓笛(문탁덕) 宗武中琴(종무듕금)
帶御香(어향) 玉肌香(옥긔향) 雙伽倻(솽개야)ㅅ고
金善琵琶(금션비파) 宗智稽琴(종지금) 薛原杖鼓(셜원장고)
위 過夜(과야)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一枝紅(일지홍)의 빗근 笛吹(뎍취) 一枝紅(일지홍)의 빗근 笛吹(뎍취)
위 듣고아 드러지라.
아양의 거문고, 문탁의 피리, 종무의 중금
대어향, 옥기향이 타는 쌍가얏고
김선의 비파, 종지의 해금, 설원의 장고로
아, 밤 새워 노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일지홍의 빗긴 피리 소리, 일지홍의 빗긴 피리 소리
아, 듣고서야 잠들고 싶어라.
<7장>
蓬萊山(봉산) 方丈山(방댱산) 瀛洲三山(영쥬삼산)
此三山(차삼산) 紅縷閣(홍류각) 婥妁仙子(쟉약션)
綠髮額子(록발) 錦繡帳裏(금슈댱리) 珠簾半捲(쥬렴반권)
위 登望五湖(등망오호)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綠楊綠竹(록양록듁) 栽亭畔(졍반)애 綠楊綠竹(록양록듁) 栽亭畔(졍반)애
위 囀黃鸎(뎐황앵) 반갑두셰라.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삼신산
이 삼신산 붉은 누각에 신선아이 데리고
풍류객이 비단 장막 속에서 주렴을 반만 걷고
아, 산에 올라 오호를 바라보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푸른 버들, 푸른 대 자라는 정자 둔덕에, 푸른 버들, 푸른 대 자라는 정자 둔덕에
아, 지저귀는 꾀꼬리 반갑기도 하여라.
<8장>
唐唐唐(당당당) 唐楸子(당츄) 皂莢(조협)남긔
紅(홍)실로 紅(홍)글위 매요이다.
혀고시라 밀오시라 鄭少年(뎡소년)하
위 내 가논 갈셰라.
削玉纖纖(샥옥셤셤) 雙手(솽슈)ㅅ 길헤 削玉纖纖(샥옥셤셤) 雙手(솽슈)ㅅ 길헤
위 携手同遊(휴슈동유)ㅅ 景(경) 긔 엇더니잇고.
당당당 당추자(호도나무), 조협(쥐엄)나무에
붉은 실로 그네를 맵니다.
당기거라 밀거라, 정소년이여.
아, 내가 가는 곳에 남이 갈까 두렵습니다.
옥을 깎은 듯 고운 손길에, 옥을 깎은 듯 고운 손길에
아, 손잡고 노니는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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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정리
작자 : 한림제유 (한림의 여러 유학자들이 공동으로 지은 작품)
갈래 및 의의 : 최초의 경기체가(한자 표기로 된 사물의 나열에 후렴구를 덧붙이는 정도의 융통성 없는 형식성에 한정됨으로써 정서적 기미를 표현하는 데 부적절해서 그 문학적 생명력을 잃게 되었다.)
연대 : 고려 고종 2~3년경(1215~1216년경)
운율 : 3음보, 3․3․4조
형식 : 경기체가, 별곡체, 8연의 분연체
성격 : 귀족적, 과시적, 향락적, 풍류적
표현 : 열거법, 영탄법, 설의법, 반복법
각 장의 소재와 주제
1장 : 시부 - 문장가, 시인 등의 명문장을 찬양함
2장 : 서적 - 지식 수련과 독서에의 자긍을 찬양함
3장 : 명필 - 유행 서체와 필기구 등 명필을 찬양함
4장 : 명주 - 상층 계층의 주흥을 노래함
5장 : 화훼 - 화원(花園)의 서경을 노래함
6장 : 음악 - 흥겨운 주악의 의취를 노래함
7장 : 누각 - 후원의 서경을 노래함
8장 : 추천 - 추천희(그네타기)의 광경을 노래함
주제 : 귀족의 향락적 풍류생활
신진 사대부들의 의욕적인 기개
출전 : 악장가사, 고려사 악지, 악학궤범
* 의의 및 특징
1.한림별곡이 문학사에서 가지는 역할
지금까지 전해지는 경기체가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작품으로 한자어를 우리말 운율에 맞춰 노래하였다. 그리고 고려 가요의 일반적 특징인 분연체, 후렴구 등의 특징을 지닌 형태로, 국문학사상으로 특기할 만할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여덟 가지의 정경이 전개되는데, 한림제유의 향락적 퇴폐적 생활 풍속이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2. 한림별곡을 읽고 유추해볼 수 있는 당시 귀족들의 생활상
'악장가사'에는 이 작품이 한림제유가 지었다고 되어 있다. '한림'이란 벼슬을 하면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는 선비를 이르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1연에 나오는 여러 선비들을 가리킬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설에선 작자가 한림제유가 아닌 금의 문하의 신진 인사라는 견해를 제기하기도 하여, 이 작품이 문신들의 향락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최충헌과 최
이 부자에게 아첨하기 위하여 노래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당시 문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이규보, 이공로, 금의 등이 모두 출세를 위해 권력에 아부하는 길을 걸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3. 한림별곡의 표현상 특징(음보율, 후렴구, 반복 등-)
전대절과 후소절로 된 6구체, 3.3.4조의 음수율, 열거법, 영탄법, 반복법, 설의법 등을 사용함
4. 경기체가의 효시로서의 한림별곡
'경긔 엇더하니잇고'의 반복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제시된 상황이 훌륭하다는 예찬의 뜻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정경이 굉장하다'는 자랑이기도 하다. 이것은 당시 신흥 사대부들이 자신의 의욕적인 기개와 의식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는 현학적인 자기 과시를 통해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한 의도로도 볼 수 있다.
한자어의 나열에 그친 다른 장과는 달리, 8장은 우리말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이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문학성이 뛰어난 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