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국어(상) 8-(2) 삼대(三代)

(2) 삼대(三代)

염상섭

작품의 줄거리

   대지주인 조부 조의관은 양반 행세를 하기 위해 족보를 사들일 정도로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구세대의 전형이고, 아버지 상훈은 신문물을 받아 들였으나, 이중 생활에 빠지고 재산을 탕진하는 과도기적 인간형이다.

   아들 덕기는 선량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나,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 속에서 재산을 지켜 나가는 일에 한정되어 적극성을 잃은 우유부단한 인간형으로 그려진다.

   덕기의 조부 조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다. 어렵사리 모은 거액의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다. 칠순 노인이면서 부인과 사별 후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후취로 들여 네 살박이 딸까지 두고 있다. 조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맏아들이며서도 집안일을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교회사업에 골몰해 집안의 돈을 바깥으로 빼돌리는 데만 혈안이 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조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봉제사를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들보다도 손자인 덕기에서 더 큰 믿음을 가진다. 집안의 모든 일도 손자인  덕기와 의논해서 결정하고, 자신이 죽고 난 후 재산 관리도 덕기에게 일임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덕기의 부친인 조상훈은  위선자다. 미국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에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요, 교회 장로인 그는 교회를 통한 사회  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뜻을 품고 집안의 재산으로 그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민족 운동가의 가족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생활은 구린내는 축첩과 노름, 그리고 술로 얼룩진 만신창이 난봉꾼의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살피던 운동가의 딸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고도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치는가하면, 당대의 오입쟁이들이 출입하는 매당집이란 곳엘 드나들면서 나이 어린 여자들과 불륜의 관계에 빠진다.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친구 김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병화가 하는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기는 해도 그 자신은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의 그런 꿈이 가끔 운동가인 병화의 조소를 받아도 크게 개의하지 않는다. 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 대리으로 가출해서 이곳저곳 떠돌면서 기식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반면,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잠재되어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정면에 드러난 것은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 생긴 재산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그를 조의관에게 소개해준 최참봉 등은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 조의관을 독살한다.

   의사들의 배설물 검사로 비소 중독이 판명되자 상훈은 더 명확한 사이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범인 찾기도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나 손자 덕기가 나타나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상훈은 법적 상속자인 자신을 건너뛰고 아들인 덕기에게 그 권리가 넘어가지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농락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버림받았던 홍경애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술집 여급으로 나가면서 생계를 꾸러가지만 해외의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계를 가지면서 그를 뒤에서 도우는 역할을 한다. 경애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다. 그는 병화와 자주 만나는 사이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조그마한 잡화상으로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이지만 그것이 다른 운동가인 장훈 일파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한편,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어닥친다. 비밀 조직인 장훈일파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그리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으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으로 음독 자살을 한다. 장훈의 자살로 갑자기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다 풀려 나오게 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던 상훈도 결국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얹힌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나갈 것인가 망연해한다.

 

작품 이해

 ○ 갈래 : 장편 세태소설(長篇 世態小說), 가족사 소설. 사실주의 소설

 ○ 배경 : * 시간적 - 일제시대, 1930년 전후

              * 공간적 - 서울, 덕기의 집

 ○ 경향 : 사실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각 장면에서 주요인물을 시점의 주체로 삼음)

 ○ 문체 : 만연체, 구어체, 요설체

 ○ 표현 : 정밀하고 사실적인 세부 묘사

 ○ 의의 :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

 ○ 주제 : ① 식민지 현실 속에서의 세대간, 계층간의 갈등

              ② 중산층 가문의 현실 대응과 몰락

 ○ 출전 : <조선일보> 1931. 1. 1∼9. 17

 ○ 구성 : 전 42장. 회장식(回章式) 구성

   * 발단(1∼4장)     : 중산층의 일상적인 삶과 보수성

   * 전개(5∼27장)  : 세대 간의 갈등과 핏줄에 대한 집념

   * 절정(28∼41장) : 조의관의 죽음과 집안의 몰락

   * 결말(42장)       : 필순 아버지의 임종

 

등장 인물

  ○ 조의관 : 조씨 가문의 가장. 봉건적 사고 방식을 대표하는 구세대의 전형적인 인물. 재산을 노린 후취 수원집 일당에 의해 독살당함.

  ○ 조상훈 : 조의관의 아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열렬한 기독교 신자이자 개화주의자. 축첩과 노름을 일삼는 위선적 인물.

  ○ 조덕기 : 조상훈의 아들. 일본 유학생.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상과 행동에 반감을 가진 계급운동의 심정적 동조자. 중도적, 절충적 인물.

  ○ 김병화 : 덕기의 중학동창이자 과격한 사회주의사상을 지닌 청년.

  ○ 홍경애 : 우국지사의 딸로 조상훈의 도움을 받고 그의 첩이 되었다가 버림을 받은 여인. 피혁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변신을 하나 김병화와 사랑에 빠져 조직을 배신하기도 함

  ○ 그외에 홍경애의 모. 피혁. 필순. 필순 부모. 장훈. 수원집 등

 

'삼대'의 갈등

  ① 가족 내부의 갈등

     조의관과 상훈 사이의 갈등은 보수와 개화의 이념상의 갈등에서 시작하여 재산 상속권을 두고 심화된다. 상훈과 덕기의 갈등도, 표면적으로는 홍경애를 둘러싼 도덕의 문제인 듯하나, 재산권의 상속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대립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결국, 가족 간의 갈등의 중심은 돈이라 하겠다.

  ② 개인과 사회의 갈등

    이 경우 인물은 김병화이다. 그는 타락한 중산층의 삶은 물론, 이를 조장하며 그 바탕을 마련하고 있는 식민지 질서 전체에 대해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조의관, 상훈 등과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면서, 마르크스주의자인 피혁을 추종하여 지하 활동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작품 설명

  이 작품은 당대의 사회사를 한 가문의 삼대기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소설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족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가족사 소설은 시대순으로 기술되는 것이나 이 작품은 세 세대간의 대립을 공존시켜 놓았다. 작가는 조씨 3대를 토하여 3,1운동이 끝난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대단한 파노라마적 기법으로 그려보인다. 부의 주변에 서식하는 기생적 인물들의 타락상과 구세대의 시대착오적이고 위선적인 삶에 날카로운 비판으로 던지면서, 덕기와 병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에 시대적 과제 해결의 희망을 걸고 있는  이 소설은 염상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인정받는다. 삼대에는 두 갈래의 삶이 존재한다. 하나는 조의관 부자가 실현하는 현실추수적인  소비적인 삶이고, 또 하나는 김병화와 필순을 통해 보여지는 현실 반체제 지향적인 이념적인 삶의 양상이다.

  삼대는 한국 신문학사를 통해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30년대 서울의 이름난 만석군 조씨 일가를 무대로 하여 조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 이 삼대가 일제 식민지하에서 어떻게 몰락하고 어떤 의식을 지니며, 당시 청년들의 고뇌가 어떠했는가를 사실적인 수법으로 파헤쳐 인간 심리를 미묘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1931년 11월 13일부터 32년 11월 12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한 [무화과]는 사실상 [삼대]의 속편이다. 등장 인물만 바꿔 삼대의 몰락을 역전시키려한 작품이다.

   1920년대 전반 [만세전]과 같은 작품에서 식민지 조선의 모순이 해결의 출로를 찾지 못한 채 금새 폭발할 것처럼 끓고 있는 상태를 객관적으로 묘파해내었던 염상섭은 신간회가 출범한 1927년 이후에는 좌우 합작 노선에 크게 고무되어 새로운 면모를 가진 작품을 쓰게 되었다. 그것은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이 아닌 '돈'이라는 현실적 힘을 가진 양심적 부르주아에 의한 점진적인 개선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었고, 이는 소설 속에 사회주의자가 등장하고 그에게 소극적으로 동조하면서 후원자 역할을 하는 양심적 부르주아가 주인공으로 설정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염상섭은 인물이 생각과 행동을 '돈'과 관련 속에서 그려내는 데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돈과 관련해서 설명하고 묘사함으로써 돈에 철저히 지배당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삼대]는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드러낼 뿐 '자본'의 논리를 그려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돈에 지배당할 뿐,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김병화나 홍경애 같은 인물은 희화화됨으로써 극복의 전망은 찾아볼 수 없다. 기실 작가는 점진적 개혁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삶을 타락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행동하는 조덕기의 정당함을 믿고 있다. 이는 중도적 보수주의자 염상섭의 정치적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조덕기는 현실을 제대로 극복할 수 없고 오히려 현실의 힘 속에서 그가 느끼는 무력감과 이로 인해 드러나는 압도적인 현실의 논리가 형상화되었다.

 

염상섭(廉想涉, 1897. 8. 30∼1963. 3. 14)

   소설가. 호 횡보(橫步). 서울 출생. 보성학교(普成學校)에 재학 중 도일하여 교토부립중학[京都府立中學]을 졸업, 게이오[慶應]대학 사학과에 입학했으나 3·1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투옥되었다가 귀국, 동아일보 기자가 되었다. 1920년 《폐허(廢墟)》지 동인에 가담하여 문학의 길에 투신했다. 21년 《개벽(開闢)》지에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하여 문단적인 위치를 굳히고 22년에는 최남선(崔南善)이 주재하던 주간종합지 《동명(東明)》에서 기자로 활약했으며, 현진건(玄鎭健)과 함께 시대일보·매일신보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46년 경향신문 창간과 동시에 편집국장, 6·25전쟁 때는 해군 정훈국에 근무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만세전(萬歲前)》 《잊을 수 없는 사람들》 《금반지》 《고독》과 장편 《삼대(三代)》 등이 있고, 8·15광복 후에도 《두 파산(破産)》 《일대의 유업(遺業)》 《짖지 않는 개》 등의 단편과 장편 《취우(驟雨)》 등이 있다.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을 이 땅에 건설한 최초의 작가로서 김동인(金東仁)·현진건과 함께 뚜렷한 공적을 남겼다. 특히 그의 처녀작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적인 소설로 평가되며, 그 후의 대부분의 소설은 전형적인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일관되었다.

   53년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고 예술원 종신회원에 추대되었으며, 55년 서라벌예술대학장에 취임하고 아시아자유문학상, 56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62년에 삼일문화상(三一文化賞), 71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 등을 받았다. <두산백과사전>에서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