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팔원 - 백석(고3)

* 백석의  "팔원(八院)"-서행 시초(西行詩抄) 3

차디찬 아침인데
묘행산행 승합 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 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길잡이 :  
이 시는 작가가 관서 지방을 여행하면서 이른 아침 승합 자동차에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타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일본인 순사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손등이 모두 얼어 터지고 밥을 짓고 걸레질을 하면서 손등이 모두 얼어 터지고 밥을 짓고 걸레질을 하고 아이까지 보면서 살다가 '자성'으로 가게 된다. 묘향산 어딘가에 삼촌이 살지만 알 수가 없고, 새로이 옮겨 가는 곳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생각하며 우는 것이다. 이 시에는 일제 강점기 하에 고난받던 민중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 성격 :  서정적, 애상적
○ 특징 :  엄격한 행이나 연의 구별이 없이 자동차 속에서의 상황과 차창 밖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함
○ 구성 :  단련시(單聯詩)
○ 제재 :  승합 자동차를 타는 나이 어린 계집아이
○ 주제 :  일제 강점기 하의 민족적 비애와 삶
○ 감상 :  
백석의 시는 거의 전적으로 상실된 고향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바치고 있다. 그는 동향인 관서 출신의 시인 김소월을 매우 흠모하고 존경했지만, 서로 만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소월의 시에 관서 지방 특유의 정서가 나오지만, 백석 역시 평안도 서북 지방의 정서를 특이한 문체로 노래하고 있다. 이 글은 관서 지방을 여행하는 도중 묘향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만난 불쌍한 계집아이를 소재로 앞으로도 더 길게 이어질 그 소녀의 고달픈 삶의 역정을 시인은 상상해 내고 있는 것이다.

관서 지방의 아침은 차디찬데 의지할 곳 없는 어린 계집아이는 지금까지도 숱한 고생을 했건만 또다시 험한 삶의 터전을 찾아 정든 곳을 떠나고 있다.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새하얗게 얼은', '텅 비인 차 안' 등이 상징하는 것은 북방의 추위보다도 일제 치하의 을씨년스런 삶일 것이다. 백석은 그의 시에서 주로 북방의 마을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묘사를 한다. 마을은 분명 백석 자신의 성장지이며 그가 잘 알고 있는 세계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우리의 고향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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