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지귀 설화

선덕 여왕 때에 지귀라는 사람이 여왕을 사모하다가 미쳐 버렸다. 어느 날 여왕이 행차하는 길을 막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린 지귀는 여왕의 행차 뒤를 따르게 되었다. 여왕이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지귀는 탑 아래에서 지쳐 잠들고 만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여왕은 그 광경을 보고 금팔지를 뽑아서 지귀의 가슴에 놓아 두고 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금팔찌를 보고서는 가슴이 타들어가 급기야 화신으로 변한다. 지귀가 불귀신이 되어 온 세상에 떠돌아 다니자 여왕은 백성들에게 주문을 지어 주어 대문에 붙이게 하였다 그 후 백성들은 화재를 면하게 되었다.

불은 남녀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불은 긍정적인 불과 부정적인 양면성을 띤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귀의 사랑은 절제를 넘어선 욕망이라 보겠다.

한풀이 문학과 주술성

지귀 설화, 즉 심화요탑은 선덕 여왕이 주문을 지어 불귀신을 달래어 물리치게 된 연유를 지닌 불의 기능을 지닌 설화 문학이다. 한을 소재로 하는 전통은 우리 문학사에서 신라 시대를 비롯하여 고려와 조선조 시대를 거치면서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으며, 여기에는 주술성을 동반한 풀이 기능이 곁들여져 나타나고 있다. 신라 향가의 혜성가, 도솔가, 처용가 등에 보인 풀이 기능은 '성조풀이', '바리데기' 등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불이 사랑과 결합하고 성적인 환기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불은 인간 생활에서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만 인류의 문화를 말살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사랑도 고귀한 가치로서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도 파멸시키는 사랑이 있다. 불은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었을 때에 긍정적인 의미를 붙일 수 있는 것처럼 소중한 사랑도 절제되었을 때 참다움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불과 사랑은 외연과 내포에서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절제된 불의 사용과 절제된 사랑, 화재와 무절제한 사랑의 방종, 그리고 자신을 태우며 연소하는 불과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고귀한 사랑을 성취하는 것과 같이 불과 사랑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 한편 이 설화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를 막기 위한 풍속을 사랑과 연관시켜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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