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최고위과정

설씨녀와 가실

'설씨녀'는 가실의 인정과 설씨녀의 의리를 부각시키며, 이들 사이의 사랑에 따른 고난을 다루었다. 여기에는 일반 백성의 삶이 고귀한 신분의 삶 못지 않게 훌륭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을 뿐더러 빈번한 전쟁 속에서 괴로움을 당하는 백성들의 고난도 담겨 있다. 또한, 위기에 몰린 설씨녀와 가실의 사랑이 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서사적 구조의 단단함도 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구조에 근접하는 이 설씨녀는 단순한 설화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한 편의 서사물을 이루고 있다.

경주에 사는 설씨(薛氏)는 늙은 홀아비로 오직 딸 하나만 데리고 살았다. 설씨의 딸은 재색을 겸비하였다. 그런데 진평왕 때에 이 늙은 홀아비도 병역의 의무는 치르게 되었다. 국방 경비를 위한 소집 영장이 나왔다, 늙고 병든 아비를 보내느니 차라리 자기가 나가고 싶지만 여자의 몸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사량부(沙梁部)에 설씨의 딸을 좋아하는 가실(嘉實)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가실은 설씨의 집에 딱한 사정을 알고 뛰어 와서, 자기가 대신 군대에 나가겠다고 제의했다. 설씨 부녀는 이 기적같은 원조에 당황하기도 했으나 무척 반가웠다. 설씨는 가실에게 "나를 대신하여 군대에 나가겠다니 기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네. 그대의 은혜를 갚을 생각이니 만약 그대가 내 어린 딸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내로 맞아주면 어떨지 ?"라고 운을 떠 보았다. 이것은 가실이 원하던 바였다. 딸은 거울 하나를 꺼내어 반을 갈라 한 조각은 가실에게, 나머지 한 조각은 자기의 품에 넣고 뒷날 혼인할 때의 신표(信票)로 삼았다. 가실은 설씨녀에게 말 한 필을 주며 "이것은 천상(天上)의 좋은 말이니 내가 없는 동안 맡아서 기르시오." 하고 의젓이 전쟁터로 나갔다. 3년이면 돌아오게 되어 있는 가실은 기한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나이는 아흔에 가깝고 딸의 나이도 혼기(婚期)를 넘기게 되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다른 신랑감을 찾아서 가기를 강요한다. 그럴 때마다 딸은 "신의를 저버리고 언약(言約)을 어기면 어찌 사람이라고 하겠습니까?"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딸 모르게 이웃 청년과 혼약을 맺었다. 딸은 항상 가실이 두고 간 말을 쓰다듬으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 말과 함께 집을 떠나 버리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실이 돌아왔다. 그러나 몰골은 해골처럼 마르고 옷은 남루하여 집안 사람들은 그가 가실인 줄을 몰랐다. 배고픔과 싸움에 지친 가실은 전혀 딴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가실은 거울을 내던졌다. 딸이 그것을 주워 자기의 것과 맞추어 보니 꼭맞았다. 가실이 분명했다. 기뻐하며 그들은 정식으로 혼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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