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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 고전 소설 중 유일한 비극적 결말

 

<운영전>


* 작자 : 미상 -수성궁몽유록(壽聖宮夢遊錄)이라고도 함-지은이가 선조 때 유영이라고도 함(한글 필사본<운영전>)


* 줄거리


  임진왜란이 끝난 선조 34년(1601) 봄날 지금의 청파동에 살던 '유영'이란 선비는 안평대군의 사저였던 수성궁에 놀러 갔다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술이 깨어 주위를 살피던 가운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 찾아가 보니, 한 소년이 절세미인과 마주 앉아 있었다. 이들은 유영이 다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맞이했다. 그들이 곧 '운영'과 '김진사'였는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유영에게 들려주었다.

  운영의 고향은 본래 남방으로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삼강오륜과 당나라 시를 배우며 성장했으나, 13세 때 대군의 부름에 따라 입궁했다. 안평대군은 아름답고 재주가 뛰어난 궁녀 10명을 뽑아 시와 문을 가르치고, 이들에게 궁 밖에 나가서도, 궁 밖의 사람들 가운데 궁녀의 이름을 아는 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엄명을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대군이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한다. 궁녀들의 시를 보고 난 다음 대군은 운영의 시 속에 외로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정감이 담겨져 있음을 알고 운영을 추궁한다.

  하루는 김진사라는 나이 어린 선비가 수성궁을 방문하여 시를 짓는데, 운영으로 하여금 벼루 시중을 들게 한다. 운영은 김진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사모하게 되고, 이후 김진사는 수성궁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 만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문틈으로 엿보다가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시를 몰래 전한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다른 궁녀들과 김진사의 하인인 '특'의 도움을 받아 수성궁의 담을 넘나들며 더욱 깊어 간다. 이로 인해 궁중 담 안의 눈 위에 김진사의 자취가 드러나게 되고, 운영이 지은 시와 김진사가 지은 상량문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서 대군은 운영을 의심한다. 이에 자신들의 밀회가 드러날까 두려워한 운영은 궁을 벗어날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운영과 절친하던 궁녀 '자란'은 만류한다. 고민하던 운영이 드디어 수성궁을 탈출하고자 하지만, 운영의 재물을 탐내던 김진사의 노복 '특'이 배신하여 두 사람의 밀회는 탄로나고 만다.

  크게 노한 대군이 운영과 다른 궁녀들까지 죽이려 하자 궁녀들마다 나서서 운영을 변호한다. 이에 분노가 누그러진 대군이 운영을 별궁에다 가두지만, 그날 밤 운영은 비단 수건으로 목매어 스스로 죽는다. 운영이 죽자 김진사 역시 따라 죽는다.


● <운영전> 내용 정리

 * 갈래 : 염정(애정) 소설, 몽유 소설

 * 배경 : (시간) 조선 초기 ~ 중기, (공간) 안평대군의 사궁인 수성궁, 천상계

 * 문체 : 산문체, 역어체

 * 구성 : 액자식 구성

 * 사상 : 신선 사상, 불교 사상, 무교 사상

 * 특징 : 고전 소설 중 유일한 비극적 결말, 봉건적 애정관을 탈피한 자유 연대 사상.

 * 주제 : 남녀 간의 지고한 사랑(궁녀의 비극적인 삶)

 * 배경

    시간 : 현재 - 과거 - 현재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

    공간 : 현실 - 천상 - 몽중 - 현실 세계로 이어지는, 삼계를 잇는 입체적 구성

    공간적 배경 : 선인으로 있던 천상계, 안평대군이 궁녀와 함께 거하던 수성궁

    사상적 배경 : 신선 사상, 불교 사상, 무교 사상


 * 소설사적 특징

   1. 유영과 두 사람과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이중의 구조를 띤 액자 소설

   2. 보통 사람들에게는 비경의 공간(궁중)을 배경으로 한 특수 사회의 염정 사건

   3. 죽음을 통해 사랑을 성취하는, 보기 드문 비극 소설


● <운영전> 이해하기

이 작품은 안평대군의 사궁 수성궁을 배경으로 하여 궁녀 운영과 소년 선비 김진사의 사랑을 다룬 염정 소설이다.

궁녀인 운영과 궁외 사람인 김진사가 조선의 봉건적 사회 제도의 모순된 현실을 뛰어넘어 인간 본능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모색하여 사랑을 추구하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쳐 자살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비극 소설이다. 창작 연대는 선조대로 보는 견해와 실학 사상이 싹튼 이후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있으나 작품의 주제적 성격으로 보아 후자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작품의 원명은 <수성궁몽유록>으로 유영이 안평대군의 옛날 궁에 들어가 놀다가 꿈 속에서 궁녀 운영과 김진사를 만나 그들의 슬픈 사연을 듣는 것을 표현한 꿈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구성상 몽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유영이 수성궁에서 꿈을 꾸게 되고, 꿈 속에서 김진사와 이야기를 듣고 다시 꿈에서 깨어난다.

분량 면에서 80% 이상이 꿈 속의 일을 다루고 있으며, 서술자인 유영이 꿈 속에서 김진사와 운영의 말을 듣는 액자형 구성을 택하여 작품 내부를 구성했으며, 몽유소설 안에 다시 액자 소설이 들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구성의 주된 매체가 시라는 점이다. 시가 주를 이루고 사건은 시를 뒤따르는 느낌이 주는 이 작품 속에는 20여 편의 아름다운 시가 들어 있다.

여주인공 운영은 안평대군이 여러 궁녀들 가운데서도 가장 사랑하는 궁녀로 궁밖의 출입을 일체 금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운영은 선비 김진사를 열렬히 사모하여 생사를 건 모험적인 사랑을 나누고 결국 이 사실이 발각된 두 사람은 자살하고 만다는, 우리 나라 고전 소설 중에서도 유일한 비극소설이라 할 수 있다.

고전 소설의 대부분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데 비해 이 작품은 심각한 주제를 비극적 전개를 통해 일관되게 구현한 입체적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작품 창작 당시 조선 사회가 안고 있던 사회 문제나 인성 문제를 관념적으로 안이하게 처리하지 않고 조선 시대 궁중에 갇힌 궁녀들의 가련한 구속적 생활과 그들의 고민을 상세히 표현하고 있으며 이 속에서 궁중 생활을 벗어나 자유로우 일상생활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는 궁녀들의 인간적 고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주인공들이 봉건사회의 궁중이라는 두터운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함으로써 봉건적 애정관을 탈피한 자유 연애사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작품과 기법면에서도 등장인물의 개성적 성격 표현과 함께 대화체의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구성과 함께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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