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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최인훈

광장 - 최인훈

* 길잡이 : 1960년 <새벽> 10월호에 발표. 이후 여러 차례 손질을 거쳐 장편으로 개작(改作)했기 때문에 판본(板本)에 따라 내용과 문체상의 차이가 많다. 남북 분단의 비극을 이데올로기적(的)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남과 북에 대한 객관적 반성이 나타나 있고 그 초월의 갈등과 상황의 비극성이 밀도 있게 표현되어 있다.


* 전문 연구

▶갈래 : 장편 소설

▶배경 : 시간 - 8·15 해방에서 6·25 종전 사이 / 공간 - 남한과 북한

  ※ 현재의 공간적 배경 : 인도로 가는 타고르호(號) 선상(船上).

  ※ 회상 속의 배경 : 6·25 당시의 남한과 북한.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관념적, 철학적

▶문체 : 과거 회상의 독백체와 관념적 문체.

▶주제 :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서 이상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 등장 인물

▶이명준 : 주인공.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서 남한의 나태와 방종·북한의 부자연스러운 이념적 구속에 환멸을 느끼고 진정한 '광장'을 찾아가기로 하지만, 결국 삶의 참된 가치의 실현에 의문을 느끼고 바다로 투신자살함.

▶이형도 : 명준의 부친. 남로당원으로 월북하여 북한에서 고위 관리를 하고 있지만, 명준에게 이상적 혁명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역시 회의의 대상이 됨.

▶윤애 : 명준의 남쪽 애인. 명준의 월북 후 명준의 친구와 결혼하여 평범하게 사는 여인.

▶은혜 : 명준의 북쪽 애인. 북한군 간호 장교로 종군하다가 명준의 아이를 가진 채 전사(戰死). 명준의 삶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여인.


* 구성

▶발단 :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다가 명준도 월북함.

▶전개 : 북쪽 사회의 부자유와 이념의 허상에 환멸을 느낌.

▶위기 : 인민군으로 종군하다가 포로가 됨.

▶절정 : 포로 석방 때 제3국을 선택함.

▶결말 : 타고르호(號)에서 바다로 투신함.


* 줄거리

  주인공 이명준은 대학 철학과 학생으로 아버지의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다. 그는 자기만의 밀실에 들어앉아 현실을 편협하게만 인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북한에 살면서 대남 방송(對南放送)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빌미로 이명준은 경찰서에 불려가서 구타를 당하면서 아버지와 현재 어떤 연락이 있는가 조사를 당한다. 형사들은 그를 빨갱이로 몰아붙인다. 이를 계기로 그는 남한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한다.


그러나 이명준의 비판적 눈에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 제도의 굳어진 공식인 명령과 복종만이 보일 뿐이며, 활기차고 정의로운 삶은 찾을 수가 없었다. 즉, 진정한 삶의 광장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명준은 남과 북에서 이념의 선택을 시도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일종의 허무주의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명준은 '은혜'와의 사랑에서 이념의 무의미함을 다소나마 보상받지만, 그것은 개인적 삶의 한정된 행복일 뿐이고 진정한 의미의 광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전쟁에 뛰어든다. 그렇지만 전쟁에서도 새로운 삶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포로가 된다. 포로 송환 과정에서 남이냐 북이냐의 선택의 갈림길을 맞게 된 그는 중립국을 택한다. 이제 그가 나설 광장은 남쪽과 북쪽 어느 곳에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립국을 선택한 포로들을 싣고 가는 인도의 상선(商船) 타고르호(號)가 남지나해를 지나 항해하는 어느 날 밤, 그는 바다에 투신자살하고 만다.


* 작품 이해

  6. 25 이후 분단 문제에 접근한 대표적인 예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민족의 분단을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선택의 기로(岐路)에서 방황하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북쪽의 사회 구조가 갖고 있는 폐쇄성과 집단의식의 강제성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방일한 개인주의를 비판한다.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남과 북 어느 쪽도 진정한 인간의 삶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자살을 통해 이념 선택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음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완강하게 고정되고 있는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또는 관념은 '밀실'과 '광장'이다. '밀실'이란 자신만의 내밀한 삶의 공간이며, '광장'이란 사회적 삶의 공간이다. 바람직한 인간의 삶이란 이 두 가지 삶의 방식의 상호 관계와 작용 속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 사회의 역사적 조건을 주체적으로 수용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명준은 철학도로서의 밀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장'을 찾아 월북하고, 그 '광장'에서 절망을 한 후 은혜와의 '밀실'을 기도한다. 다시 전쟁이란 '광장'을 거쳐서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밀실'인 중립국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최후에 선택한 바다는 이념이 배제된 밀실이며, 사랑만이 참다운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광장이다. 따라서 이명준의 바다는 그만의 광장이요, 동시에 밀실인 것이다.


  또 하나, 이 소설의 결미(結尾)는 '갈매기'와 '바다'의 서사시이다. 선상(船上)에서 맨처음 갈매기를 보는 순간, 그 새는 감시자의 눈길로 불안감을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갈매기는 이명준의 아픈 사랑의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특히, 죽은 은혜와 그의 딸(낙동강 전투에서 은혜는 명준의 딸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음)을 상징한다. 바다는 생명 본향(本鄕)이라는 원형적 심상과 죽음 뒤에 오는 새로운 탄생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욱이 그 바다 위에 갈매기('사랑'의 징표)가 날고 있다는 것은 이 바다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이명준만의 밀실이요 광장임을 다시 확인케 한다. 다만, 그것이 시민적 광장이 아니란 점에 이 소설의 현실적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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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김형렬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