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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눈길

nemo17.gif 줄거리

 모처럼 휴가를 얻은 '나`는 아내와 함께 시골에 계신 노모를 찾아간다. 망나니 형의 주벽으로 잘 살았던 집은 벌써 남에게 넘어간지 오래고, 노모와 형수, 그리고 조카들만이 조그만 집에 살고 있었다. 부모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자수성가했다고 늘 생각해 왔던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형의 술버릇으로 인해 가산이 탕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고향에 찾아왔을 때, 어머니는 남의 집이 되어 버린 그 시골집에서 '나`를 예전처럼 하룻밤 편안히 쉬어 갈 수 있게 해 주시고 밤새 차부까지 눈길을 동행하고, 당신 홀로 아침에 힘겹게 집으로 돌아오셨던 과거사를 아내에게 들려준다. 결국, 노모와 아내가 잠자리에서 나누는 추억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애써 눈물을 참고 외면하려하지만,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nemo17.gif 구성

* 발단: 늙은 노모를 오랜만에 찾아온 '나'

* 전개: 지붕 개량을 은근히 바라는 노모와 이를 외면하는 나

* 위기: 집을 팔 때의 상황과 과거의 이야기를 묻는 아내

* 절정, 결말: 아들을 떠나 보낼 때 노모의 심경, 나와의 갈등 해소

  

nemo17.gif  등장인물

* 나: 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어려웠을 때 부모가 자신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려 지붕개량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는 모친의 의사를 무시한다. 자식 노릇을 못한 자신이나 자식 뒷바라지를 못해 준 어머니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기적 인물이다.
* 노모: 아들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지만 아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다, 결국 며느리의 독촉에 못 이겨 덤덤하게 이야기함.

* 처: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인물이다. 모친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에 당혹해 한다.

nemo17.gif  핵심정리

* 갈래: 단편소설, 귀향 소설

* 배경: 눈내리는 겨울 밤, 고향집

*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 두 인물의 대비와 화해를 통해 모자간의 정을 확인하고 있다.

* 제재: 눈길

* 주제: 눈길에서의 추억을 통한 인간적 화해

* 출전: 1977년 [문예 중앙]

  

nemo17.gif 작가:이청준(李淸俊, 1939 - )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 진목리에서 출생하였다. 1960년 광주 제일 고등학교를 거쳐 1966년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단편 '퇴원'이 제 7회 <사상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는 <사상계>  <여원> 등 출판계에 종사하다가 그만둔 후 전업 소설가로 활발히 활동하여 왔으며, 대표적인 창작집으로는 <별을 보여드립니다>(1971) <소문의 벽>(1972) <조율사>(1973) <가면의 꿈>(1975) <자서전들 쓰십시다>(1977) <예언자>(1977) <남도 사람>(1978) <살아있는 늪>(1980)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1981) <시간의 문>(1982) <비화밀교>(1985) <따뜻한 강>(1986)이 있다. 또한 장편으로는 <당신들의 천국>(1976) <춤추는 사제>(1979) <자유의 문>(1989) <인간인>(1991)이 있다. 그는 뚜렷한 개성과 작가 정신을 인정받은 소설가로서, 동인문학상, 문화예술신인상, 이상문학상, 한국창작문학상, 중앙문예대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청준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삶과 현실은 대단히 다양하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첫째 <줄> <매잡이> <과녘> <줄광대> 등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장인에 속하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 둘째 <빈 방> <황홀한 실종> <퇴원>과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과거의 어떤 정신적인 상처가 개인의 정신적·생리적 이상현상을 일으킨 삶, 셋째 <서편제> <남도 사람들> <선학동 나그네> 등 남도의 '소리'를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세계, 넷째 <언어사회학 서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떠도는 말들> <자서전들 쓰십시다> <지배와 해방> <다시 태어나는 말>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말'의 상실 및 추구의 세계, 다섯번째가 <개백정> <뺑소니 사고> 등에서 볼 수 있는 폭력적인 현실의 체험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nemo17.gif 참고

* '눈길'의 의미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모자의 기억 속에 교차되며 회상되고 있는 <눈길>은 작품의 서사적 의미의 핵심이다. 아직 깜깜한 새벽길, 급히 상경하는 자식이 안스러워 자식과 함께 나선 눈길, 그러나 자식이 상경하고 난 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눈길은, 몰락한 집안의 '어머니'가 겪어온 인고의 생애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  '빛'의 대조적 의미

 자식이 떠난 뒤에 시린 눈으로 차마 보지 못했던 과거 속의 '아침 햇빛'과 부끄러워서 '나'로 하여금 차마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전등 불빛'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nemo17.gif  해설

 「눈길」은 1977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남도사람』이라는 작품집에 실려 있는데, 연작 소설 「남도사람」 중 한 편인 「서편제」는 영화화되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1992년 다시 『서편제』라 제목을 바꾼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후기에 「눈길」에 대해 적고 있다.

 

 「눈길」의 이야기는 ‘나’와 ‘노인’에 관한 한 많은 부분이 사실 그대로였고, 그날 새벽 어둠 속에 어머니를 뒤에 남겨두고 버스에 올라타 버린 나는 긴 세월 그날 아침 당신이 날도 덜 밝은 그 추운 눈길을 혼자 어떻게 되돌아가셨는지를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지냈었다. ....... 「눈길」은 그 내용을 노모와 아내와 내가 함께 미리 실연을 한 것에다 내 기록을 보탰을 뿐......

 

 「눈길」은 같은 작품집에 실려 있는 「살아 있는 늪」과 함께 귀향형 소설 구조를 이룬다. 귀향형 소설은 모처럼 고향에 내려간 인물이 특수한 사건을 통하여 인간적 화해나 갈등을 겪고 다시 생활의 터전인 도시로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 소설을 말한다.

 

 「눈길」에 등장하는 ‘나’는 어머니를 피한다. 어머니를 피하는 것에 대한 묘사는 먼저 어머니에 대한 칭호를 들 수 있다. ‘나’는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한다. 이 노인이라는 칭호에는 감정이라곤 전혀 들어 있지 않으며, 한 올의 연대감도 애써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나’는 시골에 내려오기 무섭게 서울로 다시 올라가곤 한다. 서울에 특별한 일을 두고 온 것도 아니면서, 서둘러 시골을 떠나려는 그의 심리에는 늙은 어머니에 대한 회피가 있다.

 

 그렇다면 ‘나’가 어머니를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군영 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 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다.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형은 ‘나’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제법 되던 전 재산을 술로 날려 버렸다. 뿐만 아니라 형은 조카 셋과 형수, 그리고 어머니 등 장남의 역할을 떠넘기고 죽었다. ‘나’는 당연히 어머니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어렵사리 자수 성가하게 된 것이다. 곧 ‘나’가 어머니를 피하는 이유는 겉으로는 어머니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나’가 그럴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가난으로부터 구제하기에 ‘나’ 역시 무능력하기 때문이다.

 

 이들 모자는, 아들은 이처럼 혼자서 어렵게 자신의 생활을 꾸려 왔다고 자부하고, 어머니는 모든 불행과 재앙을 자신의 부덕으로 돌리며 부끄러워한다.

 

 어머니와 ‘나’의 갈등은 그러나 같이 걸었던 새벽의 눈길의 이야기를 통해 화해를 모색한다. 잊고 있었던, 굳이 잊으려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나’는 느끼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갈등은 해소되고 화해로 발전한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되는 ‘눈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눈길은 어머니가 묵묵히 자신의 불행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상징하는 길이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상징하는 길이다.

 

 이처럼 이청준의 「눈길」은 과거의 한 체험의 이야기를 통한 모자간에 화해가 드러나는 귀향형 소설이다.

  

nemo17.gif  참고

'눈길' - 맑은 날에도 눈이 쌓이는 길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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