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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없는 자율고(高)

* 우리 신일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 선정 전체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기사 하나를 옮겨 싣는다.
--------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서울·부산 20곳 선정 학생 선발 자율권 없어
내신 상위 50% 학생중 추첨선발
엘리트 교육 당초 취지와 어긋나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없는데 무슨 자율고인가."(서울 시내 고등학교 교감 A씨)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은 14일 일반계 사립고교 중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할 20곳을 선정, 발표했다. 자율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교육 당국의 간섭을 대폭 줄이고 교육 과정이나 학사(學事)관리를 자율적으로 운영케 하는 학교다. 그러나 학생 선발은 내신 상위 50%에 속하는 응시자 중에서 '추첨'하도록 함으로써 '자율 없는 자율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자율고 전환을 신청한 25개 일반계 고교 중 숭문고(마포구)·이화여고(중구) 등 13곳은 2010년에, 경문고(동작구) 등 5곳은 2011년에 개교하는 자율고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부산시교육청도 해운대고·동래여고 2곳을 자율고 대상으로 선정했다.

서울시교육청 김경회 부교육감은 "건학(建學) 이념과 재정 여건, 교육 과정 특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지역 안배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율고는 해당 시·도 소재 중학교에서 내신 성적이 상위 50%에 드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으며, 이 중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그러나 학생 추첨 선발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수월성(秀越性·엘리트) 교육을 시키겠다는 자율고의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私)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시 대신 추첨으로 선발토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의 자율고 전환 신청은 저조한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부산에 이어 올해 전국에 30개, 2011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선 고교들은 재단의 재정지원을 늘려야 하는 부담에다,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 없다는 이유로 자율고 전환 신청에 소극적이다.

교과부는 그러나 자율고에 대한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고,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면 앞으로 2년에 걸친 추가 선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율고가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불러 일으켜 공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는 연간 수업시수(時數)의 20% 범위 내에서 특정 과목 수업을 증감할 수 있는 등 교과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주어진다"며 "학교별로 교과교실제·무(無)학년제·조기졸업제 같은 특화된 교육 과정을 갖추고 '잘 가르치기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율고로 선정된 학교들은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확대 편성한다는 계획 외에 학교별로 ▲1인2기 예체능 교육 ▲제2외국어 과목 강화 ▲전교생 태권도 교육 의무화 ▲대학과목 선행(先行) 이수제 ▲과학아카데미코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걸었다. 가톨릭 재단인 동성고는 건학 이념에 맞춰 예비 신학생(神學生) 양성과정도 운영한다.

그러나 자율고로 학생들이 몰릴 경우 후기 일반계 고교가 '황폐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그래도 기존의 특목고(외국어고·과학고)와 자립형사립고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율고까지 가세하면, 나머지 일반계 고교에 진학하는 상위권 학생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13개 자율고의 모집인원은 4935명으로, 특목고·자립형사립고 정원과 합치면 전체 고교 정원의 7%에 육박한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발표, "서울 시내 고교가 특목고·자율고와 나머지 일반고로 양분되는 양극화 현상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명문 공립 고교가 자율고에 밀려 명성을 잇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선택제가 함께 실시됨에 따라 일반 고교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는 일반계 고교들의 질적인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형사립고
'수월성(엘리트) 교육'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학교 모델. 교육과정, 교원 인사 등에 자율성이 주어진다. 광역 시·도별로 학생 선발.

자립형사립고
학생 선발과 학교 운영 자율성이 부여된 학교로 민족사관고 등 전국에 6개가 있다. 내년에 서울 하나고 개교. 심층면접 등으로 학생 선발.

국제고
국제 무역, 국제 경영 등 국제 관련 커리큘럼 중심으로 운영. 대부분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서울·인천·청심·부산국제고 등 전국에 4개교.

마이스터고
유망 산업 분야 전문 기술자를 양성하는 취업 특성화 고교. 모든 학생은 학비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내년 전국에 21개교 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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