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서예지도자과정

나의 건강, 붓의 건강 (12기 행서 3차시)

나의 건강, 붓의 건강

도정 권상호(3학기-3)

1. 허공에서는 구름이 흘러가고,

종이 위에서는 물이 흐른다.

구름은 바람결을 타고 흐른다.

물은 물결을 타고 흐른다.

마음결과 몸결을 따라 일어나는 붓결.

내 손바닥 안이 텅 빈 것은

언제나 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2. 심획(心劃)이란,

자처럼 모든 획이 눈에 보이지 않는 心中을 향하고 있다.

태양을 바라보며 모든 행성이 돌듯이.

3. 오늘도 혼자 걷는다.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추억이 늘 속삭여 주니까.

붓길은 외길이다.

그 길이 반드시 외로운 것 아니다.

글씨가 늘 속삭여 주니까...

4. 안은 모지고 바깥은 둥글다.

'모지다'는 글자에는 모가 난 '네모'가 있다.

'둥글다'는 글자에는 둥근 '동그라미'가 들어있다.

영어 'square'' round'에는 모나고 둥근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한자어 ''''에도 모나고 둥근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천원지방의 동전처럼 써야 한다.

5. 내 몸이 붓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붓도 건강하다.

간절기에는 건강(健康) 유의하고,

간획기에는 건필(健筆) 유의하자.

몸이 꼬이면 안 된다. 붓도 꼬이면 안 된다.

6.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진리도 붓도.

자의 윗부분은 위로 펼친 손가락이다.

자의 ''은 왼쪽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자의 ''는 밑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예서나 초서의 자의 ''는 오른쪽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7. 늙어가는 은밀한 즐거움...

어릴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

하나

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8. 붓도 허리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허리를 up하라.

쓰러지면 곤란해.

Hurry up!

 

9. 서법은 해서에서 끝난다.

행서를 익히야 캘리와 사군자가 웃으며 다가온다.

전서를 익혀야 전각가 다가오듯이.

 

10. 해서(楷書)는 일어서기다.

행서(行書)는 걷기다.

때론 종종걸음으로

때론 산천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11. 서예는 스포츠다. 스포츠의 기본은 육상,

육상의 시작은 몸 풀기. 그리고...

보다 높이, 보다 오래, 보다 빨리... 마침내 골인!

 

12. 붓은 잘 말려서 숨을 쉬게 해 줘야 한다.

자주 벼루질하는 사람은 호흡이 짧은 서예가다.

호흡의 길이만 봐도 서예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해녀는 5분 정도, 뛰어난 스쿠버다이버는 8분 정도 물속에 잠겨 있을 수 있다.

물속에 잠겨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깊은 곳까지 잠수하지 않는 긴수염고래등은 15분 정도이지만,

수컷 향유고래는 3,0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1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다는데,

이는 그의 피 속에 산소를 축적해 놓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물질이

다른 동물의 8~9배나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내 붓의 미오글로빈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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