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나온 '정조어찰' 낙찰가격 두근두근

2013. 3.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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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년 공개돼 학계 관심 모았던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 297통

보물급 사료로 20억원까지 기대

10억대 낙찰땐 최고가 편지 등극

한국에서 가장 비싼 편지는 과연 얼마에 팔릴까?

미술품 경매 시장에 독특한 품목이 나왔다. 조선 22대 왕 정조가 재위 말년에 정치적 적대관계이자 당시 노론 벽파의 거두였던 정치인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 편지(사진) 297통을 모은 '정조어찰첩'이 서울 신사동 케이(K)옥션에서 27일 열리는 봄 경매에 출품됐다. 조선 후기 문화 황금기인 정조 시대의 정치 문화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자, 정조의 친필이란 점에서 보물급으로 평가받는 만큼 과연 낙찰가가 얼마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케이옥션 쪽은 가격을 12억원에서 출발해 내심 20억원 이상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10억원대에 낙찰될 경우 역대 가장 비싼 편지첩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경매 시장에서 편지가 거래된 적은 제법 많다. 정조는 물론 다른 조선 왕의 편지 역시 여러 번 출품되었고, 역사적 유명 인물들의 편지가 주로 거래됐다. 명성황후의 한글 서간문의 경우 2010년 5000만원에, 추사 김정희의 간찰첩은 같은 해 2000만원에 낙찰됐다. 정조의 또다른 어찰첩인 정묘어찰첩이 2008년 8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는데, 이번 어찰첩의 경우 규모가 297통으로 방대해 훨씬 높은 가격인 12억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편지 한 통당 400만원씩 계산한 것이다. 케이옥션 쪽은 어찰첩의 보관 상태가 좋고, 피봉(봉투)까지 함께 있으며, 심환지가 정조에게서 편지를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까지 정확하게 기록한 점 등을 고려해 가격을 매겼다고 밝혔다.

정조어찰첩은 모두 6권으로 날짜순에 따라 장첩을 했는데, 정조는 1796년 8월20일부터 붕어 직전인 1800년 6월15일까지 약 4년에 걸쳐 이 편지를 썼다. 공식 사료인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에는 없는 내용들로, 정조가 어떻게 정치를 펼쳤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정조는 이 편지를 비밀로 썼고, 보고 나면 태워버리라고 지시했지만 남아서 전해졌다.

정조와 심환지의 관계는 정조를 다룬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의 소재가 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정조는 자기 정치철학으로 정국을 운영하려 했고, 당시 심환지는 정조의 왕권에 맞서 신권을 대표하면서 정조의 노선에 반대했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정조의 죽음에 대해 독살설을 제기하는 이들은 심환지가 그 배후라고 추정할 정도였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비밀 편지가 오갔다는 사실 자체가 밝혀진 것은 큰 화제였다. 심환지가 이 편지를 왕의 지시대로 없애지 않고 몰래 남겨둔 것은 겉으로는 대립한 정조와 노론 벽파가 실은 서로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증거를 남겨 정치적 보험으로 활용하려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래서 그동안 일부 학자들이 연구를 해오던 이 어찰첩이 2009년 처음으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을 통해 공개됐을 때 '정조 시대의 판도라 상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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