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명필' 이완용이 쓴 100년 된 족자 값은 얼마?

* 이완용이 쓴 직지사 현판 및 족자​

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완용의 글씨에 얽힌 얘기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가 친일 매국노인 것과는 별개로 그는 객관적으로 글씨는 잘 썼다는 평가를 받은 것만은 팩트(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글씨와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종합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서방에서 써준 글씨가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그를 명필이라고 하지는 않듯이 말입니다. 이번에는 이완용의 글씨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20093.1절에 맞춰 현직 부장검사가 책을 한 권 펴내 화제가 됐었습니다. 저자는 구본진(46) 당시 법무연수원 교수이며, 책 이름은 <필적은 말한다>(중앙북스 펴냄)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씨만으로 그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말하자면 획의 삐침이나, 글자 크기, 행 간격, 속도 등을 보고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본진 교수
<필적은 말한다> 표지



그는 이 책에서 지난
10년간 수집한 항일운동가 400여명의 글씨 600여점과 친일파 150여명의 글씨 400여점 등 1000여점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글씨만으로도 항일운동가와 친일파를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은 때마침 3.1절에 맞춰 출간되면서 여러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선 그가 책에서 주장한 핵심내용의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학식이나 정신적 수준을 갖췄는지, 성격이 어떤지,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알 수 있다. 학식이 높은 사람은 글씨가 완숙하고, 선 굵은 대인의 면모를 가진 사람은 글씨가 크고 속도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곧은 품성을 가진 사람은 글씨에 힘이 있고 최소한 정제된 균형미가 있다. 자결한 사람, 관료로 평생을 바친 사람, 의병장으로 기개를 떨쳤던 사람, 어진 선비, 교활한 친일파 등의 특징이 글씨에 유형적으로 드러나고 구체적인 성격도 밀도 있게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56)

"
항일 운동가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작고 정사각형 형태로 반듯하며 유연하지 못하고 각지고 힘찬 것이 많다. 글자 간격은 좁고 행 간격은 넓으며 규칙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친일파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크고 좁고 길며 유연하고 아래로 길게 뻗치는 경우가 많다. 글자 간격이 넓고 행 간격은 좁으며 규칙성은 떨어진다." (93)

자결한 항일지사들의 글씨는 더 반듯하고 더 규칙적이며 상당히 정돈되어 있다. 글자의 선은 곧고 각진 것이 많다. 이들 특징은 일반적인 항일운동가와 다를 바 없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마음먹은 것을 곧 행동에 옮기는 습성, 빠른 결단력, 이것이 속도의 빠름과 관련 있다.” (148)

 

 

그러면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각 부류별 3인의 글씨를 샘플로 아래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누구의 글씨인지를 제쳐두고 일단 글씨만 한번 구경해 보십시오. 저자의 말대로 글씨만으로 필자의 성격과 인품을 알아볼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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