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아버님 기일(忌日)에

아버님 16周忌(주기)를 맞아 쓴 글을 줄여서 써 보았다. 

아버님 기일(忌日)에

권 자 석 자 영 자(權錫永) 아버님,

전 자 석 자 분 자(全淅分) 어머님,

당신의 아들이 큰절 올립니다.

오늘은 특별히

4형제의 맏이였던

아버님을 추모하며

7월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오늘따라 서늘한 빗줄기는

당신의 두루마기 자락처럼 다가옵니다.

간간이 번뜩이는 번개 속에서는

언뜻 당신의 얼굴이 비쳐오고

한밤의 정적을 깨는 천둥소리는

당신의 준엄한 음성으로 다가옵니다.

집안 단속엔 높새바람처럼 엄격했지만

남에겐 언제나 웃음처럼 따뜻하셨지요.

잘 드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분위기를 위해서는 서너 잔 기울이셨지요.

이따금 담배 한 대로

세월의 그림자를 지우기도 하셨습니다.

늦게 얻은 아들딸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요?

하지만 남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셨지요.

그래도 저희가 당신의 발길을 따라나서면

그 길이 장 길이든, 논밭 길이든

은근히 다가오는

당신의 의젓한 자태야말로

저희에게는 한량없는 뿌듯함이었습니다.

자귀로 대문을 짜고, 왕골로 자리를 엮어도

당신의 솜씨는 언제나 마실의 으뜸이었지요.

대들보에 서까래를 얹고,

짚으로 지붕을 일 때도

당신의 솜씨는 삼 이웃의 부러움을 샀지요.

군불 지핀 사랑방에 앉아

심청가에 한양가를 섞어 읽으시면

둘러앉은 마을 사람들은

몰래 눈물 훔치다가도

이따금 무릎을 치며

호쾌하게 웃기도 했지요.

혹여 마을 어른이 돌아가시면

상여(喪輿)꾼 앞에 서서

행상(行喪)의 선소리를 매기셨지요.

낭랑한 그 목소리

오늘따라 귀에 쟁쟁합니다.

그러고 보면 당신은

망자(亡者)의 그 먼 길을 얼마간 동행하며

슬픔을 씻어 주는 최고의

라이브 재즈 가수였습니다.

그 긴 즉흥 가사를 척척 갖다 붙이시는

당신의 애드리브에

어린 아들도 귀가 솔깃했으니까요.

보릿짚으로도 호드기 불다가

남은 짚으로 만들어주신 여치 집 하나면

한여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별 쏟아지는 밤이면

손수 만드신 들마루에 앉아

개구리 소리 장단 삼아

멍석과 봉새기 삼으시고

어쩌다 그물을 뜨시면 이미

은어가 가득 찼지요.

모기 쫓는 어머님의 부채질 속에

우리는 까무룩 잠이 들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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