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脫蛇群舞(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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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蛇群舞(탈사군무)

- 허물을 벗자 -

도정 권상호

임진년(壬辰年)의 해가 기울고 계사년(癸巳年)의 해가 밝았다. 오행(五行)에 의하면 임()과 계()가 모두 북방(北方)이자 수()에 해당하므로, 금년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물의 해이다. 북방에 해당하기에 더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가 보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는 언제나 12월 셋째 물날, ()요일에 치러진다. 2012 12 19일이 바로 물날이었다. 물날의 대통령 물갈이... 흥미롭지 않은가.

정치(政治)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 ‘정()’과 ‘치()’에 대한 넋두리부터 해 보자. 정치가는 미래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당선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정치의 현장이 오죽이나 바르지 못하면 정(=+) 자에 ‘바를 정()’ 자를 붙였을까. 정치의 생리는 모두 정의(正義)를 앞세우고 치고받는[(칠 복)] 일인가 보다. 그러나 정치의 결과는 치() 자에 있다.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물처럼[(물 수)] 순리대로 풀어나가며, 백성으로 하여금 숨 쉬며[(코 사)] 살만한 공간을 제공하고, 먹을거리[]를 넉넉히 제공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백성(百姓)의 할 일은 무엇인가. 온갖[] 일에 전심전력으로 종사하면서 튼튼한 가슴으로 여성[]을 우대하고 민족을 지탱해 나아갈 아이나 쑥쑥 낳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면 된다.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남 탓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너 때문에’라는 말보다 ‘네 덕분에’라는 말을 많이 하자.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리자. 설령 ‘네’가 좀 잘못했더라도 ‘나라도 그랬을 거야’ 하고 용서와 배려로 살아가자. 이놈 저놈 싸잡아 욕하면서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저 백성이란 고운 마음씨가 제일이다. 고운 마음씨란 씨앗이 가슴에 싹이 트고 자라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다.

겨울나무를 보라. 계절 따라 요란한 꽃과 풍성한 잎과 매혹적인 열매로 무게 잡고 서 있던 그들도 모든 영화를 버리고 숨죽인 채 새해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젖퉁이보다 풍만한 보름달도 거침없이 이지러질 줄 아는 것은 새달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많이 웃고 푸지게 감사하며 살아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웃음과 감사가 다양한 행복의 문을 여는 만능키이다.

2013 계사년(癸巳年)은 뱀띠해이다. 마야 종말론으로 떠들썩했던 지구촌에 뱀띠 새해가 밝아 왔다. 십간(十干)으로 볼 때는 마지막 계년(癸年)이요, 십이지(十二支)로 볼 때는 여섯 번째 사년(巳年)이다. 여기에서 ‘천간 계()’ 자와 ‘지지 사()’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천간 계()’ 자는 전서의 모습을 보면 씨앗이 사방으로 퍼지는 모양이다. 나눔과 소통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 자 머리와 ‘필 발()’ 자 머리는 같다. 나눔과 소통이 있어야 발전(發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에는 지도자의 덕화(德化)가 계() 자처럼 세상에 골고루 미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주제넘는 말인지 모르지만 여야 간, 좌우 간, 세대 간에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승자에겐 갈채를 보내고, 패자에겐 배려와 위로를 보내자. 승자에게도 시련이 올 수 있고, 패자에게도 희망이 올 수도 있다. 게임은 게임이고 선거는 선거일 뿐, 민족과 산하는 늘 그대로이다. ~ 네거티브 정치라던가? 제발 상대를 쥐 잡듯이 욕하지는 말자. 어차피 함께 가야 할 동포라면 밉든 곱든 간에 한배를 타고 가야 한다. 흔히 백성은 물에, 지도자는 배에 비유한다.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지만 배를 뒤집는 것 또한 물이다. 영어로 배를 ship이라 한다지. 배 중에 가장 훌륭한 배가 바로 leadership이 아니던가. 전복을 염려하여 물가에 묶어 둘 배라면 애당초 만들 필요가 없다. 바람이 불고 물결이 쳐도 항해는 계속해야 한다. 바다가 파도를 안고 살듯이 하늘은 구름을 안고 살고, 인간은 시름을 안고 살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이다.

‘지지 사()’ 자는 태아의 모습이다. 태아는 양수와 태반으로 또 배와 옷으로 잘 감싸야 한다. 그래서 ‘쌀 포()’ 자의 모습은 태아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안을 포), (태보 포), (배부를 포), (거품 포), (포도 포), (대포 포) 자 등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글자는 쌀 포()이다. 우리말 ‘포대기’, ‘포근하다’도 발음과 의미상 같은 맥락이다. 영어의 포켓(pocket)까지 들이대면 욕하겠지. 임신을 다른 말로 포태(胞胎)라 한다. 새해에는 국력 신장을 위한 포태와 출산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사시(巳時)는 하루 중에는 오전 10시 안팎이고, 한 해 중에는 음력 4월에 해당하니, 하루의 사시든 한 해의 사시든 뱀이 땅 속에서 나와 활동하기 좋은 따뜻한 시간이요, 포근한 계절이다.

뱀에 대한 문화적 상징은 상반된다. 성경 속의 뱀은 사탄이지만 동양의 뱀은 십이 지신 중의 하나로, 그야말로 신()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는 사탄이 여러 동물 중에 뱀에 들어갔을 따름이지 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뱀은 영원히 배를 땅에 대고 쏘다녀야 하는 아픔을 지니고 있다. 토담집을 짓고 살던 농경 사회에 쥐들이 담에 구멍을 내면 집은 쉬이 허물어진다. 다행히 이 쥐들의 침입을 구렁이가 막았다. 이리하여 집안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던 뱀을 일러 ‘집지킴이’라 하고 수호신으로 받들기까지 했다.

뱀은 허물을 벗음으로써 성장한다.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음이다. 그래서 뱀은 innovation, 곧 혁신(革新)의 화신이자, revolution 곧 혁명(革命)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도 뱀처럼 끊임없이 지난 허물을 벗으면서 자기 혁명과 혁신을 통하여 변화하는 삶을 일궈내야 한다. ~.

뱀은 배를 땅에 대고도 재빠르게 잘도 달린다. 지느러미가 없음에도 헤엄도 잘 치고, 손발 없음에도 나무도 잘 탄다. 발톱 하나 없이도 구멍을 파고 동면을 하는 걸 보면 분명 지혜(知慧)의 대왕이다. 옳거니, 뱀 꿈을 꾸자. 일이 지혜롭게 술술 풀리고 부자가 되리라. 꿈속에 치마 속으로 뱀을 부르자. 성인을 낳으리라.

2013 60(갑자)으로 나누면 몫이 33, 나머지도 33이다. 몫을 차지해도 ‘33한 해’요, 남겨 두어도 ‘33한 해’이다. 계사년(癸巳年) 지혜의 해에는 늘 깨어있는 삶으로 행복을 짓자. 시간은 아침을 밝히지만, 마음은 내일을 밝힌다. 가슴 펴고 다시 청춘을 맞이하다. 밤조차도 어둡지 않은 세상, 친구처럼 편안한 세상, 우리 모두 허물을 벗고 정직하게 즐기는 그런 평화와 환희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탈사군무(脫蛇群舞) - 새해엔 우리 모두 뱀처럼 지난 허물을 벗고 함께 기쁨의 춤을 추자꾸나. 잘헌다.

 

허물 한번 벗어 볼까

 

창밖의 나무

한 해 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모든 영화

꽃과 잎, 열매까지 내려놓고

빈 몸으로 서 있다

 

방안의 달력

한 해 동안 눈길 손길로 받아온 모든 사랑

밑줄과 동그라미, 메모까지 내려놓고

마지막 한 장마저 떨고 있다

 

시계는 고장이 나도

시간은 고장 나지 않는 법

인생은 짧아도

깨달음은 길겠다

허물만 켜켜이 쌓아 온 지난 삶

다가올 癸巳年 뱀띠해엔

어디

허물 한번 벗어 볼까

[이 게시물은 권상호님에 의해 2012-12-26 18:12:27 도정동정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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