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한민족의 아키타이프-그 근원을 캐다(2)

둘째, 선생의 창작 목적은 한국 고대문화의 원형 탐구와 상징의 해석에 있다. 이를 위해 선생은 문자 이전의 신화(神話)의 세계에서 모티브(Motive)를 찾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쓰인 거짓말이고 신화는 쓰이지 않은 진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글로 쓰이는 역사는 오히려 왜곡될 수 있으나 말로 이어지는 神話는 변질됨이 없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神話는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지금까지 고스란히 내려오는 구비문학(口碑文學)으로, 그 속에는 신성하고 존엄한 고대인의 사유 체계가 잘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생이 신화에 관심한 이유는 신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신화에 나타난 의 형상이 고문자(古文字)로는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한다. 오늘날 순우리말 대치어가 없는 한자인 자 탄생의 비밀을 캐내고 그것을 밝히는 과정이 중요한 창작 목적이기도 하다. 한자 자가 유입되기 이전에도 한반도에서 을 일컫는 말은 있었을 터인즉 그 말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해석의 길을 화두로 삼아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일에 고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작품 속에 투영하여 한민족 문화의 뿌리와 원형을 걸러내려고 한다. 결국, 선생은 필생의 작업 끝에 빛살’, ‘햇살을 기원의 대상으로 삼은 제의(祭儀)의 세계에서 의 원형이자 의 상징인 빛살을 으로 기호화한 것임을 밝혀내고 그것을 글씨의 원소인 ()’의 시원(始原)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은 빛을 만들고 인간은 문자를 만들었다. 인간의 기원 대상인 신은 햇빛을 만들고, 인간은 이 햇빛()’에서 의 형상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의 작품에는 빗살무늬[櫛文]’가 아닌 빛살이 연속적으로 새겨져 있는 빛살무늬가 어김없이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설령 빛살무늬 자체가 주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작품 전체의 배경이나 여백에는 빛살이 내리꽂히고 있다.

우주의 씨앗은 빛과 소리라 생각한다. 선생의 작업에서 빛은 점()이나 획()으로 형상화되고, 소리는 시부(詩賦)나 경문(經文)으로 표출된다. 창작 과정에 있어서 도흔(刀痕)이나 필획(筆劃)빛살의 형상으로, 화제로 쓴 시문(詩文)소리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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