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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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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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지룡(地龍)이라던데

그 중에도 미욱한 놈이 있나 보다.

 

너의 야행성 탓인가

간밤의 빗기 때문인가

아니면 눈이 없어선가

이른 아침에

몇 마리 시멘트 바닥에 나와 죽었다.

 

땅속이 너의 세상이라면

땅 위로 올라와 죽음은

승천이렷다?

 

아스팔트 시멘트 대리석으로

네 질식을 재촉하고

끝내 네 하늘길을 막은 인간.

 

미안하다.

용서해.

내 죽어 네 밥이 될게.

*

일산서구의 어느 유명한 화가의 작업실에서

친구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사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에 다녀왔다.

사회를 맡는다는 자체보다

나에 대한 친구의 신뢰가 고마웠다.

그 친구는 바위 같은 합리적 엄숙함과

대쪽 같은예리한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말하듯이 교정도 없이 시를 쓴단다.

이태백 스타일인가?

부럽다.

나도

시험 감독을 하는 50분 동안에

두 편의 시를 머릿속으로 구상해 보았다.

바다가 파도로 말하듯이

뭍이 바람으로 말하듯이

나는 숨으로 속내를 드러내야 할 텐데...

 

숨 쉬듯이 시 한 편 지을 수 있다면야

지금까지 생을 그나마 용서해 줄 수 있으련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시를 내 속에 구속하려 들기 때문이다.

시는 시대로 놀고

나는 나대로 놀아야 할 것.

 

[이 게시물은 권상호님에 의해 2015-10-07 18:07:43 도정동정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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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담쟁이나무
퍼가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