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

예술작품에 나타난 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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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에 나타난 봄

(1) 문학

 

정학유(丁學游)의 작품으로 알려진 <농가월령가>에서는 봄의 계절적인 변화와 농촌에서의 할 일 등을 가사체로 노래하고 있다. 먼저 1월에 관해서는 “졍월은 츈이라 립츈 우슈 졀긔로다”라고 절기를 말한 뒤에, 1월이 한 해의 시작이며 그 시작은 봄이라는 계절의 새로운 빛으로 이루어짐을 묘사하였다.

 

2월 부분에서는 봄이 바야흐로 무르녹는 모습을 풀빛이나 개구리 또는 묏비둘기 등의 동식물을 통하여 그려내고 아울러 봄농사가 시작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어 3월에 대해서는 꽃과 새를 통하여 봄의 화창하고 생동하는 계절 감각을 노래하고 있다.

 

봄철의 모습이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하여 꽃과 새를 소재로 하는 것은 우리 문학에 있어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 밖에도 봄철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소재로 봄바람·봄비 같은 자연현상이라든가 풀이나 개구리 같은 동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세시풍속을 소재로 해서 봄의 계절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별다른 소재 없이 봄 그 자체를 생동감이나 화창함 또는 소생의 의미로 상징화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서든지, 아니면 봄 그 자체를 상징으로 하든지, 봄에 대하여 주어지는 의미는 봄이라는 계절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새로움·시작·생명력·순환’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봄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봄의 온화하고 화창한 경물(景物)에 접해서 느끼게 되는 흥겨움이다. 이 흥겨움을 가리켜 흥취라고도 하고, 이 흥취는 자연에 묻혀서 즐기는 풍류라는 것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봄이 가지는 화창함이나 순환성에 비하여 괴로움 많고 유한한 인생이라는 대비에서 오는 비애감도 봄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또 다른 한 측면을 이루고 있다.

 

고전 작품에 나타난 것을 보면, 먼저 신라 때 화랑 득오(得烏)가 지은 <모죽지랑가 慕竹旨郎歌>에서 “간봄 그리매 모 것 우리 시름……”(양주동 해독에 의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가버린 봄, 즉 지나가 버린 세월이라는 뜻에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아쉽다는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고려 시대의 노래 <동동 動動>은 월령체의 노래로서 계절의 감각을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월(正月)ㅅ 나릿므른 아으 어져녹져 논 누릿 가온 나곤 몸하 올로 녈셔……”라 함으로써 1월은 얼음이 녹는 계절이므로 시작이라는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또한 자연의 이법은 그러한데 인간인 나는 홀로 지내고 있음을 드러내어 자연에 상반하는 인간사의 비애를 노래하였다.

 

2·3월의 노래에서는 “이월ㅅ보로매 아으 노피 현 등(燈)ㅅ불 다호라 만인(萬人) 비취실 즈샷다……”로 현등(懸燈)의 세시풍속을 통하여 봄을 노래하였고, “삼월나며 개(開) 아으 만춘(滿春) 욋고지여 브롤 즈 디녀 나샷다……”라고 해서 꽃을 통한 계절감을 노래하였다.

 

역시 고려 때 노래인 <만전춘별사 滿殿春別詞>에서는 “경경(耿耿) 고침상(孤枕上)애 어느 미 오리오 셔창(西窓)을 여러니 도화(桃花)ㅣ 발(發)두다 도화 시름업서 쇼츈풍(笑春風)다 쇼츈풍다.”라고 하여 복숭아꽃의 아름다움에 비하여 상반되는 인간의 고독을 상대적으로 드러내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 문학 장르인 시조에서 봄을 형상화하는 주된 이미지는 도화·이화(梨花)·매화·낙화(落花)·버들·풀 등의 식물과 꾀꼬리·자규(子規)·기러기·앵무새·제비·뼈꾸기 등의 새가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동식물과 연관해서 표현되는 자연현상으로는 동풍·청풍·춘풍 등으로 표현되는 바람과 봄비·아침비·밤비 등으로 표현되는 비, 그리고 햇빛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들에 투영되는 정서가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 먼저 일반적인 꽃을 소재로 하는 경우, “낙양 삼월시에 곳곳마다 화류ㅣ로다/만성춘광(滿城春光)이 태평을 그렷듸/어즈버 당우(唐虞)세계를 다시 본듯 여라”(李鼎輔)와 같이 봄의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본 부류가 있는가 하면, “별원(別院)의 봄이 깁고 사창(紗窓)에  긴젹의/적막 중문(重門)에 무르린들 뉘 이시리/다만  대화단장(對花斷腸)에 임풍루적(臨風淚滴) 이로다”처럼 봄날의 비애나 외로움을 노래한 것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꽃을 노래한 경우에도 볼 수 있다. 가령 도화의 경우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듯고 이 보니/도화  은 물에 산영(山影)조 잠겨셰라/아희야 무릉이 어오 나 옌가 노라”(曺植)는 <도화원기 桃花源記>에 나오는 고사를 연관지어 가며 도화가 핀 봄경치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데 반하여, “이화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냐마/다정도 병인 양여  못 일워 노라”(李兆年)와 같은 시조는 봄밤의 애상적인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여기서 애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몫을 하는 것은 자규인데, ‘자규·두견새·귀촉도’ 등은 그 울음 소리와 관련된 설화 때문에 애상적인 정서와 자주 연관되는 소재이다. “에나 님을 볼려 잠 일울가 누엇드니/벽달 지도록 자규성(子規聲)을 어이 리/두어라 단장춘심(斷腸春心)은 너나 나 달으리”(扈錫均)같은 것이 그 예이다.

 

반면 “담안의 ○치여늘 못가의 버들이라/고리 노고 나뷔 츔이로다/지금의 화홍유록(花紅柳綠) 앵가접무(鶯歌蝶舞)니 취코 놀녀 노라”(安玟英)에서 보듯이 꾀꼬리는 봄의 화창한 분위기와 흥겨움을 형상화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다.

 

이 밖에 비나 풀·바람 등 봄을 형상화하는 많은 소재들이 있다. 이들이 환기하는 정서도 화창함이나 흥겨움 등 밝은 측면이 있는가 하면 고독이나 우수 등 어두운 측면이 있어서 한결같지 않다.

 

결국 정서란 대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고전 작품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물(景物: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은 아름다운 꽃과 새로운 풀빛, 비가 내리면 더욱 싱그러워지는 풍경으로 대표된다. 여기서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에서 자연과 더불어 즐겁고자 하는 흥취와 거기서 발전적으로 전개된 풍류의 모습을 문학 작품에서 보여주기에 이른다.

 

시조 작품 가운데도 “남산에 봄 춘자 드니 가지가지 ○ 화○라/일호주 가질 지 허니 세가에 안질 좌○/좌중이 조을 호 질○ 낙 풍년 풍 저물 모허니 도라갈 귀○”(작자 미상) 같은 것에서 풍류를 표방한 태도를 볼 수 있는데, 가사 작품에서 더욱 풍성한 표현을 볼 수 있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 賞春曲>을 보면,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도화행화(桃花杏花) 석양리(夕陽裏)에 퓌여 잇고/녹양방초(綠楊芳草)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칼로 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롭다/수풀에 우 새 춘기(春氣) 내 계워 소마다 교태로다”라고 하여 봄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소재를 거의 망라하여 봄을 형상화하였다.

 

그 다음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노코/곳나모 가지 것거 수노코 먹으리라/화풍(和風)이 건 부러 녹수(綠水) 건너오니/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준중(樽中)이 뷔엿거 날려 알외여라/소동(小童) 아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얼은은 막대 집고 아 술을 메고/미음완보(微吟緩步)야 시냇의 호자 안자/명사(明沙)조 물에 잔 시어 부어 들고/청류 굽어보니 오니 도화(桃花)ㅣ로다”에서 보듯이 봄의 흥겨운 계절감이 자연을 즐기는 풍류로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태도가 강호시가의 전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정철(鄭澈)의 <성산별곡 星山別曲>에서도 볼 수 있다. “창(梅窓) 아젹 볏 향긔(香氣)예  니/션옹(仙翁)의 욜 일이 곳업도 아니다./울밋 양디(陽地)편의 욋씨 혀 두고/미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내니/쳥문고(靑門故事) 이제도 잇다다/망혜(芒鞋) 뵈야신고 ○쟝(竹杖)을 흣더디니/도화○ 시내길히 방초쥬(芳草洲)의 니어셰라/닷봇근 명경중(明鏡中) 절로 그린 셕병풍(石屛風) 그림애 버들사마/셔하(西河)로 ○ 가니 도원은 어드매오 무릉이 여긔로다”에서 보듯이 봄이 오니 산 중의 생활에서도 할 일이 있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일일 뿐 실질적인 생계 도모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이렇듯 강호 자연에 은거하는 삶을 예찬한 것을 일러 강호시가라고 하는데, 이러한 유(類)의 시가는 주로 양반 사대부들의 작품에서 흔히 나타난다. 부녀자들에 의해서 창작된 화전가는 봄을 찬미하고 즐기는 화전놀이를 노래한 것이다.

 

여러 편의 작품이 전해지지만 그 표현이나 구성이 대동소이해서 전형을 이루고 있는데, 대체로 여자로서의 신변에 관한 일들을 늘어놓은 다음, 봄이 왔음을 찬미한다.

 

“입춘을 지냈으니 춘하절이 분명하다/반가울사 반가울사 춘하절이 더욱 좋다/삼십육정 도시춘에 봄춘자가 더욱 좋다/하양하목 이귀춘에 꽃화자가 더욱 좋다/당나라 악양루도 꽃화자가 보기 좋다/반가울사 반가울사 춘풍삼월 반가울사/백백홍홍 자진 곳에 만화방창 시절이라/놀고 보세 놀고 보세 화전하고 노라보세……”로 표현된 봄의 예찬에 이어 화전놀이를 계획하는 내용이 나오고, 이어 그 준비 과정과 연락 그리고 출발에 앞선 설레임이 묘사된다.

 

이어 화전놀이의 묘사에서는 “동산으로 올아간이 청산유수 여기로다/청산나무 좋을시구 참색물색 좋을시고/임자 업난 이 산천을 우리들이 주장하여/송이송이 피난 꽃은 벙긋벙긋 웃난고나/홍홍백백 만난 중에 만자천홍 불건난데/송이마다 벌이로다 송이마다 나비로다……”라고 봄경치를 예찬한 뒤에 화전을 구워서 여흥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뒤 귀가하는 모습까지를 그리고 있다. 규중의 여인들이 봄을 즐기던 상황과 흥겨움의 정서가 드러나 있는 예가 화전가이다.

 

민요 특히 월령체 형식의 노래에서는 봄의 아름다움이나 화창함에 비하여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애의 정서 쪽을 표현한 것이 많다.

 

단양 지방에서 채록된 민요로 “정월이라 십오야에 망월하는 소년들아/망월도 하려니와 부모공양 늦어간다/뒷동산에 우는 꿩을 보라매로 잡아다가/엄동육절 제사차려 거리거리 선재하고 골골이 술 먹을 제/우리 님은 어디가고 이렇게도 무심한가” 같은 것은 계절적인 풍속이나 절기를 말하면서도 임을 원망하는 내용으로 끝맺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달거리 형식의 민요에서 한 정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민요가 주로 삶의 고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게 되는 데서 온 특징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요의 이 같은 경향은 월령체에 한한 것이 아니고 두루 퍼져 있는 현상으로 꽃을 소재로 한 민요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읍 지방에서 채록된 민요 가운데 “명사십리 해당화야 네 꽃진다 설워마라/너는 명년 춘삼월에 황산 청산 꽃이 피면/오는 한량 가는 한량 너를 잡고 희롱치만/이내 몸은 죽어지면 한 번 살기 어렵드라/육신은 진퇴되고 영혼은 구름같이 흩어지니/그 아니 불쌍하냐”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인생의 유한성에서 오는 비애나 고달픔이 다른 정서에 선행하는 것이 민요의 특징이다.

 

한시에도 봄을 노래한 작품은 많으나 그 경향은 국문 시가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고려 때 사람 진화(陳澕)의 <야보 夜步>는 “옥매화 이울고 버들은 늘어졌네·한가로이 푸른 산빛 밟아나가니·주막문은 닫혔어도 사람소리 새어나고·강 위에 봄비는 푸른 실오리같네(小梅零落柳僛垂 間踏靑嵐步步遲 漁店閉門人語少 一江春雨碧絲絲).”라고 노래해서 버들과 바람 그리고 봄비가 한데 어우러져 봄을 나타내고 있다.

 

또 정몽주(鄭夢周)의 <춘흥 春興>이라는 시는 “봄비가 듣는 둥 마는 둥 내려·밤들자 적지만 소리 들리네·눈 녹아 시냇물 부니·풀싹도 조금쯤 돋아나겠네(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草茅多少生).”라고 시냇물·봄비·새싹을 한데 어울러 봄을 형상화하고 있다.

 

조선 후기 이수광(李睟光)의 <도중 途中>이라는 시는 “강기슭의 버들가지 사람 맞아 춤추고/숲속의 꾀꼬리 손님 맞아 노래하네/비가 개니 산에는 생기가 넘치고/바람결 따스하니 풀빛도 도누나/아름다운 풍경은 시이자 그림이요/샘물 소리는 악보에 없는 거문고 소리/길은 멀어 갈 길은 끝이 없는데/서산에 해는 붉게 걸리었네(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景入詩中畫 泉鳴譜外琴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라고 하여 꾀꼬리·버들·봄바람 그리고 샘물 소리까지 한데 어울린 봄의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이 봄을 노래한 한시는 많지만 그 주된 경향은 계절의 정서를 되도록 뒤로 감추면서 그 정경을 그려내는 데 치중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이는 본래 한시의 지향이 그러한 데서 온 국문 시가와의 차이이다. 따라서 한시는 봄날의 정경이나 아름다움을 그리는 데서 풍류를 드러내는 쪽으로 전개되었고, 조선 후기 실학파와 위항 시인들의 한시에 와서 비로소 봄날의 삶이 어려운 것을 노래하게 되었다.

 

소설의 경우에도 봄의 묘사는 시가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널리 알려진 <춘향전>에 이도령과 춘향이 처음 만나는 발단의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면서, “잇○는 어느 ○뇨 놀기 조흔 삼춘이라. 호련비조 뭇들은 농초화답 ○을 지어 쌍거상 나러드러 온갓 춘졍 닷토난듸, 남산화발 북산홍과 쳔사만사 유양지의 황금조는 벗 부른다. 나무나무 셩임고 두견 졉동 나지 나니 일연지가졀이라……”(완판 열녀춘향수절가)라고 한 것은 ‘춘향’의 이름이 봄의 향기라는 뜻인 것과 일치하면서 봄이 모든 일의 시작임을 암시하는 것임도 엿볼 수 있다. 결국 화려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면서 동시에 시작의 계절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아름다운 꽃과 화창한 분위기로 봄을 묘사하는 전형성은 현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김동인(金東仁)의 <운현궁의 봄>에서도 “한양의 정기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백악에는 봄이 이르렀다. 필운대의 살구꽃과 북문의 복숭아꽃과 흥인문 밖의 버들을 화류장(花柳場)으로 꼽고, 봄이 되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그리로들 놀러가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백악 바위 틈에도 진달래는 송이송이 봄빛을 자랑하고 있었다.”라 묘사하여 전형성을 보이고 있다.

 

그 밖의 작품에 등장하는 봄의 묘사도 이러한 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 소설 작가 가운데서 봄의 의미를 작품의 중요한 동기로 사용하였던 사람은 김유정(金裕貞)이다. <동백꽃>·<봄봄>·<봄과 따라지>·<봄밤> 등의 표제가 이러한 성향을 암시해 준다. 실제로 <동백꽃>은 인생의 봄을 맞아 성숙해 가는 사춘기 애정의 한 모습을 작품화한 것이다.

 

또 <봄봄>은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보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속으로) 자란 듯 싶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는 표현이 암시하듯 인생의 봄인 사춘기에 걸어 보는 성혼에의 기대가 그 내용이다.

 

이는 봄이 단순한 자연의 계절적 순환인 것으로 인식되던 데서 삶의 한 단계 또는 그 순환으로 인식되고 표현이 옮아간 예가 된다.

 

현대시에서 나타나는 봄의 표현도 꽃이나 새, 또는 바람이나 비를 소재로 하는 점은 고시가와 비슷하다. 특히 1920년대까지의 시, 특히 민요시파로 일컬어지는 김억(金億)·이광수(李光洙)·김동환(金東煥)·주요한(朱耀翰)의 작품 경향이 그러하며 이러한 전통은 그 뒤 청록파 시인들에게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장희(李章熙)의 <봄은 고양이로다> 같은 작품은 봄에 관한 표현이 현대에 와서 다양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라는 표현에서 향기와 부드러움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고 있다.

 

또한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에서는 봄이 지닌 욕망과 정염을 표현하고 있다. 봄에 대한 감각이 종래에 쓰이던 소재를 벗어나 새롭게 표현된 예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상화(李相和)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자연의 순환적 질서와 인위적 박탈의 현실을 대립시키면서 거기서 느끼는 감정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와는 달리 인간은 일회적이고 슬프다는 정서는 민요나 고시가에서도 많이 표현되었지만, 개인적 갈등을 넘어서서 역사성을 봄과 대립시켜 표현한 점은 이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현대시는 봄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나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만큼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전 문학이 전형성에 근거를 두었다면 현대 문학은 개별성의 추구로 그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2) 음악

 

노래로 불리던 12가사 가운데 봄을 주로 노래한 <춘면곡 春眠曲>이 있다. 이 노래는 봄날 낮잠이 들어 사랑을 꿈꾸는 것을 노래한 것인데 음악적으로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노래이다. 잡가 가운데 <유산가 遊山歌>는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가자……”로 시작하여 새들의 울음 소리와 봄날의 경치를 묘사하는 데 의성어·의태어를 풍부하게 구사하고 있는 노래로 경쾌한 분위기로 되어 있다.

 

그 밖에도 <노들강변>·<양산도> 등 봄을 노래한 민요가 있고 판소리·단가 가운데서도 <사철가>는 제목이 ‘사철가’인 것과는 달리 주로 봄을 노래한 것이다.

 

서양 음악이 들어온 뒤에 작곡된 봄의 노래는 주로 시인들의 시 작품에 작곡가가 곡을 붙인 것이 많다. 이은상(李殷相) 작사, 박태준(朴泰俊) 작곡의 <동무생각>, 이은상 작사, 홍난파(洪蘭坡) 작곡의 <봄처녀>, 박목월(朴木月) 작사, 김순애(金順愛) 작곡의 <4월의 노래> 등이 널리 애창된다. 대체로 화사하고 화평한 분위기로 된 노래들이다.

 

(3) 미술

 

미술에서 봄을 나타내는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매화다. 매화는 눈 속에서 피는 꽃이기 때문에 봄을 알려주는 꽃이라는 뜻에서, 방 안에서 화분의 매화를 바라보는 관매도(觀梅圖)와 매화를 찾아나서는 심매도(尋梅圖)·탐매도(探梅圖) 등이 많이 그려졌다.

 

매화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조선 시대 김홍도(金弘道)의 <노매함춘 老梅含春> 같은 그림은 달밤에 바라보는 매화를 그린 것으로 꽃잎의 빛깔이 회색으로 되어 있어 특이하다. 검은 바탕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밤경치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 전기(田琦)의 <매화서옥 梅花書屋)>과 <매화초옥 梅花草屋>이 있다. 또 매화를 배 위에 앉아 바라보는 은일적인 풍류를 그린 김홍도의 <선상관매 船上觀梅>가 있다.

 

봄을 나타내는 소재로는 복숭아꽃도 널리 사용되었다. 조선 초기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 夢遊桃源圖>는 굳이 봄경치를 그린 것은 아니고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 桃花源記>와 맥이 닿은 것이기는 하나 지금 남아 있는 도화의 그림으로는 최고 걸작이다.

 

이 밖에도 조선 후기 안중식(安中植)의 <춘경산수 春景山水>는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경치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밖에 꽃과 버들을 소재로 하여 봄을 나타낸 것으로는 조선 시대 이한철(李漢喆)의 <방화수류 訪花隨柳>, 안건영(安建榮)의 <춘경산수도 春景山水圖>가 있으며, 꾀꼬리를 등장시킨 것으로는 김홍도의 <마상청앵 馬上聽鶯>이 있다.

 

또 봄의 경치를 산수화의 기법으로 그린 것이 많으나 화풍에 따른 특색이 두드러진다. 풍속을 담은 그림으로는 신윤복(申潤福)의 <연소답청 年少踏靑>이 있는데, 이는 조선 후기의 사회 문제로 제기되었던 한량과 기생의 화류 행렬을 그린 그림이다. 이 밖에 윤두서(尹斗緖)가 그린 <채애 採艾>는 봄철에 쑥을 캐는 여인을 그린 일종의 풍속도다.

 

고전적인 미술 작품들이 매화·도화를 비롯하여 산수·풍속들을 주로 형상화하였음에 반하여 현대로 오면 그 소재면에서 다양화되는 변화를 보게 된다. 개나리나 진달래 같은 꽃들이 봄의 소재로 등장한다든가, 풍속의 변화에 따른 봄놀이 광경 등이 등장하는데, 그림 자체의 기법이 동양화와 서양화로 크게 갈라지고 서양화는 다시 구상과 추상으로 갈리므로 그러한 변화가 봄의 표현도 다르게 하고 있다.

 

봄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

봄은 계절의 주기로 볼 때 시작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봄은 긴 겨울 동안 농사의 소출이 없기 때문에 식량 부족으로 시달리기 일쑤여서 이때를 ‘보릿고개’라 하였고 다른 말로는 ‘춘궁기(春窮期)’라고 하였다.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척 긴 것으로 느꼈으며, ‘봄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든가 ‘봄 사돈은 꿈에 봐도 무섭다. ’, ‘봄에 의붓아비 제사 지낼까.’ 등의 속담은 모두 봄의 궁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봄에 흔히 보게 되는 생리적 현상인 낮잠을 두고 생겨난 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있는데, 이 말은 ‘덧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봄에 잠깐 낮잠을 이루었을 때 흔히 꾸게 되는 꿈은 덧없다는 뜻이다. 또 봄이라는 계절이 기간으로 보아 짧기 때문에 덧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 봄은 오랜 겨울 동안 움추렸던 생리 현상을 활발하게 한다는 데서 유추된 생각이 ‘봄바람’, ‘춘정(春情)’ 등으로 나타난다.

 

이 말은 계절적인 봄이 인생의 봄인 사춘기의 격정적 충동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봄에는 들뜨기 쉽다는 경계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은 새로움·시작을 의미하고, 긴 동면 뒤의 깨어남·생동감, 봄의 온화하고 화창함에서 오는 흥겨움·풍류 등을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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