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서예(Live Calligraphy): 찰나의 영원

수월 권상호

서예는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붓이 밀고 나가는 뜨거운 생(生)이다

어제의 먹빛과 오늘의 먹빛이 같을 수 없고

들숨의 획과 날숨의 점이 한 몸일 수 없으니

매 순간 팽창하며 별을 낳는 우주처럼

붓은 닿는 곳마다 낯선 영토를 개척한다

속도가 휘어질 때 바람이 일고

먹물이 스밀 때 대지는 비로소 맥박친다

천지를 뒤흔들며 달려온 이 활극(活劇)의 끝

붓이 비로소 제 몸을 거두고 떠날 때

종이 위엔 승전보 같은 글씨가 남는 줄 알았으나

정작 머문 자리에 남은 것은

검은 흔적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그곳을 치열하게 살다 간

어느 뜨거운 생애의 온기였다